美 무료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
설립 7년 만에 개인계좌 수 1위로
코로나로 증시 변동성 커지자 초심자 대거 유입
금융지식 부족한 젊은층 투기 유혹 비판도
1만5000달러(1800만원)→100만달러(12억원)→7000달러(841만4000원)
미국의 30대 개인 투자자 리차드 도바츠가 초기 주식 투자금 1800만원을 12억원까지 불렸다가 계좌 잔고에 840만원만 남겨두기 까지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도바츠는 주식에 큰 흥미가 없던 자신이 고위험 투자인 옵션거래까지 손을 대게 된 건 무료 주식투자 앱 로빈후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개미의 역대급 증시 입성'이라는 사회현상을 이끌어내며 증권업계의 혁명으로 주목 받은 로빈후드가 도박꾼 양성소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어리숙한 투자자들이 부지불식간에 단타 매매, 옵션거래 등 투기성 거래에 빠져들도록 유인한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리서치회사 알파큐션에 의뢰해 9개 증권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다른 주식거래 플랫폼 사용자들보다 위험성이 높은 거래를 더 많이 했으며, 주식 거래 주기도 매우 빨랐다고 보도했다.
올해 1~3월에 로빈후드 사용자의 평균 주식 거래 횟수는 다른 주식거래 플랫폼 찰스슈왑보다 40배 많았고, E트레이드보다는 9배 많았다. 옵션거래는 찰스슈왑보다 88배나 더 많이 이뤄졌다.
옵션거래는 일정 금액(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주식을 나중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옵션)를 갖는 것으로 고위험 투자로 분류된다. 미국에선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옵션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빈후드는 이용자들에게 주식 초보자 인지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 '경험이 없다'가 아니라 '별로 없다'를 선택하라고 유도한다고 NYT는 전했다.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초보자들이 이렇게 옵션거래에 입문해 큰 손실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 설립 7년 만에 개인계좌 수 1위로…수수료 무료·압도적 편리성
지난 2013년 설립된 로빈후드는 현재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식거래 플랫폼이다. 주식계좌 수가 5월 기준 1300만개로, 작년 말보다 300만개 늘었다. 경쟁사 찰스슈왑(1270만개)을 제치고 계좌 수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안 받고, 계좌에 최소로 넣어둬야 하는 금액도 없애 등장하자마자 큰 화제가 됐다. '빠르고, 직관적이고, 무료'라는 방침 아래 주식 투자를 게임하듯 쉽게 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어 주식시장 밖에 있던 밀레니얼 세대를 급속히 빨아들였다. 주식을 살거나 팔려면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대부분 없앴다.
30대 초중반의 밀레니얼 세대인 공동 창업자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는 당초 헤지펀드와 은행을 상대로 고빈도 매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Occupy the Wall Street)를 보고 사업방향을 바꾼다.
금융자본에 대한 일반인의 분노를 목격한 뒤 "모든 미국인들이 비용 부담 없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하자"고 마음 먹은 게 로빈후드의 시작이었다. 로빈후드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계좌 수를 불렸다. 기업가치는 83억달러(10조원)로 급등했고 두 창업자는 억만장자 자리에 올랐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증시 오르내림이 심해지자 생애 첫 주식 투자를 고민하던 이들이 로빈후드를 통해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 됐다. 때문에 이들을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 주문 늘리려 옵션거래·마진거래도 시작…20세 사용자 극단적 선택도
로빈후드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주식을 직접 사고 파는 증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냈다. 증권사가 주식을 자주 매매할 수록 이득이 커지는데, 이러려면 고객들이 주문을 자주 해야 했다.
로빈후드는 사용자가 주식을 주문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했고 2017년부터는 옵션거래, 마진거래(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 기능까지 추가했다.
이때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투자자들을 갑작스럽게 투기적 거래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로빈후드 고객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고객 중 절반은 로빈후드를 통해 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했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된 건 지난달 20세 대학생 알렉스 커언스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부터다. 커언스는 로빈후드에서 자신이 73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이 공개한 그의 유서에는 "이렇게 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써있었다.
최근 몇년 간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빈후드 본사에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항의하러 오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직원들은 익명으로 말했다. 이 회사는 다른 주식거래 플랫폼과 달리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올해 로빈후드는 현관 입구에 방탄 유리를 설치했다.
앱이 자주 다운돼 고객들이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뺏는다는 것도 문제다. 웹사이트의 안정성을 분석하는 다운디텍터닷컴에 따르면 3월 이후 로빈후드는 47번 다운 됐는데, 찰스슈왑(10번)에 비해 거의 다섯배 많았다. 3월에는 접속자가 몰리며 이틀 간 다운되는 일도 있었다.
금융 컨설팅 회사 세룰리의 스콧 스미스는 "로빈후드는 이제 막 유아용 보조바퀴를 뗀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를 몰라고 권유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지노에 대적 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