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사퇴' 3달만에 박원순 성추문
與 서울·부산시장 모두 공석...내년 4월 보선 부담커져
이재명·김경수 형사재판 확정 앞두고 있어
경기지사·경남지사 선거도 경우에 따라 변수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의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박 시장의 비서 A씨는 지난 8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을 찾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 단체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세 명이 됐다.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 기동대원과 소방대원, 인명구조견은 이날 0시 1분께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진은 박 시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3선 고지에 오른 다음 날 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모습.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은 2018년 3월 5일 그의 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직접 폭로했다. 당시 민주당은 심야 긴급 당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지사에 대한 출당과 제명 조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2018년 8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지만,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이 판결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안 전 지사는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강제추행으로 인지했다"며 전격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사퇴 선언 나흘 만인 지난 4월 27일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부산지검은 5월 28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이 이를 기각하면서 오 전 시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연이은 성추문 악재에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박 시장과 안 전 충남지사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분류됐고, 오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 잇따라 당선돼 사상 첫 3선 서울시장 고지에 올랐다.

10년째 서울시정을 이끈 박 시장은 차기 대선 도전이 유력했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화두에 '전국민고용보험제'로 맞받아치고, 여권의 의제인 '그린뉴딜'과 '부동산 정책'에서도 서울시장으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대권 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그런 그가 안 전 충남지사와 오 전 부산시장이 성 추문으로 물러난 이후 똑같은 사건으로 고소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으로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4월 박 시장 사망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야권은 물론이고 여성 단체 등을 중심으로 ‘미투’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할 경우 자칫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잠룡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는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차기 대선가도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2심에서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3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중이다. 다만 박 시장에 대한 의혹 사건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시장 실종 소식이 알려진 뒤 전날 밤 늦게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날 오전 7시30분으로 예정됐던 부동산 종합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도 취소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당내 박원순계로 분류된 의원들은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공식조문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자정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학영·남인순 의원을 포함해 박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정치인 몇 명이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이해찬 당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정오쯤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