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성공 비결

전 세계 ‘부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막대한 기반시설과 자금력, 내수 시장 덕분에 슈퍼 리치의 자리에서 영원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았던 부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테크놀로지(기술)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마련한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의 차지가 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이런 변화에 더욱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 신흥국 경기 둔화 등으로 기존 제조산업의 침체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와 셀트리온 같은 기술·바이오업체는 이미 아모레퍼시픽이나 현대차 등의 주식 가치를 따라잡았다. 이코노미조선은 ‘부의 지형 변화’라는 주제로, 글로벌시장에서 벌어지는 슈퍼 리치의 변화를 살펴봤다. 신흥 부자들과 전통적인 부자들이 바뀌는 현상은 생각보다 빠르고, 거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편집자 주]

핀둬둬(拼多多)의 창업자 황정(黃崢) 회장은 이 회사를 2015년 설립해 5년 만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빅3’로 성장시켰다. 황정 회장은 한때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제치며 중국 부자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는 알리바바나 징둥(京東)과 비교하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 처음 회사가 설립된 데다 창업자인 황정(黃崢) 회장의 창업 스토리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만큼 극적이지 않아서다.

하지만 핀둬둬는 불과 설립 3년 만에 총 거래액(GMV) 2000억위안(약 34조원)과 3억 명의 이용자를 돌파했고,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7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괴력’을 보였다.

황정 회장은 최근 마윈을 제치고 중국 부자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6월 21일(현지시각) ‘포브스’는 황정 회장의 재산 가치가 454억달러(약 55조원)를 기록하면서 마윈 회장을 3위로 밀어내고 중국 2위 부호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6월 29일까지 황정 회장의 재산은 246억달러(약 30조원) 늘었다. 연초만 해도 핀둬둬의 주가는 37달러대였지만, 불과 6개월 만인 6월 19일 85.16달러까지 치솟으며 2배 이상 상승한 영향이다.

이미 알리바바와 징둥의 선전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다고 여겨졌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핀둬둬가 극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뭘까.

◇1│텐센트를 등에 업다

핀둬둬의 사업 모델은 소셜커머스다. 특정 상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다. 미국 그루폰이 해당 사업모델 원조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쿠팡이나 위메프, 티몬 등으로 소비자에게 익숙한 사업 모델이다.

뻔한 사업이지만, 핀둬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소비자와 현장을 밀착시켰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하면서 품질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했고, 이는 소비자의 소문으로 연결되면서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의 역할이 컸다. 알리바바나 징둥의 경우 자체 물류센터나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을 갖췄지만, 핀둬둬는 텐센트의 위챗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용자만 12억 명에 이르는 위챗과 ‘동행’하며 소비자 빅데이터 수집과 마케팅, 결제 등을 수월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신규 소비자 유입을 쉽게 만들었고, 핀둬둬의 서비스를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했다.

텐센트는 지난 3월 말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핀둬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4월 19일에는 홍콩 전자제품 판매업체 고메(Gome) 리테일 전환사채에 2억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핀둬둬는 텐센트와 오프라인 협력을 통해 가전·전자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에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데, 이에 맞춰 핀둬둬도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2│함께, 더 알뜰하게, 더 재밌게

핀둬둬의 성장 전략은 ‘투게더(together), 모어 세이빙스(more savings), 모어 펀(more fu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브랜드 정체성(BI)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함께, 더 알뜰하게, 더 재밌게’라는 뜻이다.

투게더는 핀둬둬의 공동구매 사업모델을 의미한다. 핀둬둬는 소비자 선호 제품을 선정해 저가에 거래가 성사될 수 있게 친구들에게 홍보 알림(푸시)을 발송해 참여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제공되는 이벤트와 포인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소문은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핀둬둬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끌어낸다.

무엇보다 핀둬둬는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1~2선급 대도시를 벗어나 3~4선급 중·소도시에 집중했다. 알리바바나 징둥이 대도시에 살며 정품을 선호하는 구매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핀둬둬는 이들이 신경 쓰지 않는 인구 15만 명 이하 도시에 집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명 브랜드보다는 중·소상인들이 만든 농산품과 의류, 생활용품과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만든 품질 좋은 제품을 팔며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었다.

◇3│AI와 빅데이터로 인건비 단축

핀둬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핀둬둬에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가 필수 인력으로 여기는 상품 구성 기획자(MD)가 없다. MD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업이 소비자에게 판매할 상품을 관리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한다.

핀둬둬에서는 AI가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하고, 그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큰 제품을 추천한다. 제품 카테고리별로 공동구매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판매자에게는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수요와 배송 노선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공급·배송 효율을 높였다.

핀둬둬는 직접 배송이나 상품 기획 인력의 고용, 물류 창고 설립 등으로 고정 자산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걸 목표로 한다.

핀둬둬는 이용자 간 네트워킹까지도 데이터로 활용해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기술연구소인 이퀄오션과 인터뷰에서 빅터 청 핀둬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기존 AI보다 학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분산형 AI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뿐 아니라 인간관계 관련 데이터까지 모두 모을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처럼 재밌고 개별화된 소비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plus point

‘중국의 오뚜기’ 간장·굴 소스로 中 휘어잡은 해천미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보기술(IT), 바이오 기업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을 거듭하며 중국을 휘어잡은 식품 기업이 있다. 해천미업은 중국의 ‘국민 간장’으로 유명한 하이텐 간장을 제조하는 300년 역사의 중국 대표 조미료 기업이다. 이 회사는 간장, 굴 소스, 장류 등 다양한 조미료를 생산하며 중국 전통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해천미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197억위안(약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조미료 상장사 2위 기업인 중거하이테크보다 4배 큰 수준이다. 중국 내 조미료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해천미업의 팡 강 회장은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 부자 순위 110위에 올랐다. 팡 강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IT 업계 창업자들 속에서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는 사업체의 수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팡 강 회장의 순자산은 올해 3월 기준으로 115억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했다.

해천미업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중저가부터 유기농 프리미엄까지 품목을 다원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인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간장 매출 중 프리미엄 간장 비중은 2013년 10%에서 2019년 40%까지 증가했다. 중국 전역 판매망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유통망도 확보했다. 중국을 크게 5개 지역으로 나눠 수천 개의 판매처를 뒀으며 인터넷 물류 발달에 발맞춰 농촌 지역까지 유통망을 확장했다. 해천미업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8억5000만위안(약 9940억원)으로 금융투자 업계 예상치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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