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이냐, 운집효과냐.’

경기 광명이나 고양 대곡 등 정부의 택지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후보지에서 기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이후, 당국이 4기 신도시를 포함해 다각도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주민 일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구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순히 악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이 개선되고 인프라가 확충되면 주택 상품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택지 후보로 거론되는 지역.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 일대 주민들은 광명이 추가 공급지로 지정되면 기존 집값의 향배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온라인 공간에서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초반에는 ‘공급에는 장사 없다’면서 공급이 늘어나면 기존 집값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1·2기 신도시인 일산과 파주 운정에서는 고양시 원흥동과 대곡역 인근이 예상 후보지로 거론되자, 반대 시위에 나서자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에 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홍정민 의원은 공동 입장문까지 내놓으며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용우·홍정민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고양시는 1기 신도시 이후 도시 노후화가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3기 창릉신도시 추진에 이어 다시 4기 미니신도시를 고려한다는 것은 도시개발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은 계획"이라고 민심을 다독였다.

이어 이들은 "대곡 지역은 고양의 중심상업지구가 될 곳이고, 이미 땅 값이 높아 개발 경제성도 낮을 뿐 아니라, 수도권 서북부의 교통 중심망으로 산업의 중심이 될 곳을 주거 지역으로 만드는 정책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2월 정부가 3기신도시 조성(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을 통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남양주와 인천 계양 지역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지역민들은 "공급과잉 지역에 또 다시 공급폭탄을 터뜨린다"는 불만을 많이 갖고 있었다.

물론 다른 전망을 하는 이들도 있다. 4기 신도시 후보지역으로 거론된 하남 지역민들은 4기 신도시까지 배정되면 교통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낼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지하철 3호선 하남 연장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4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이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추가 공급을 지역의 악재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주택 공급과 함께 경제적 힘이 모이면서 집적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판교가 생겼다고 해서 분당 집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동반 상승했다"면서 "고용과 주거라는 자족기능을 갖춘 권역을 이루면서 지역 가치를 키우고 시너지효과를 낸 사례"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거시설 확대로 인해 지역에 악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오히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광명, 시흥, 부천 등의 경우 인프라와 도시 규모를 키우게 되는 ‘플러스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흡입력 있는 신도시를 만들어야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도시로 기업들을 유입시키고, 교통·문화 인프라를 대거 갖춘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무 교수는 "서울 등 도심과의 접근성과 연결성,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게 수도권 신도시 주거기능의 핵심 요소가 된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고밀의 개발로 혜택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고준석 교수는 "GTX 등 교통망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각종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치밀한 계획과 함께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