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상화폐 대책 등 정부의 자료 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국가정보원이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안강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각 중앙 부처나 지자체에 요구한 모든 자료의 수·발신은 국회 의정자료 전자유통시스템(국회망)만을 사용해야 한다. 상용 메일을 통한 수·발신도 금지된다.

9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달 16일 ‘의정자료 유통 보안강화 조치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기획재정부, 대통령비서실·경호처를 비롯한 모든 중앙부처·지자체에 발송했다. 중앙부처는 총리실 산하 기구이지만,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전 부처와 지자체에 관련 지침을 내릴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문에 따르면 국정원은 ▲보안교육 강화 ▲상용 이메일 사용금지 ▲자료 유출시 문책기준 등을 명시했다.

국정원이 각 부처에 보안강화를 주문한 공문의 모습

우선 국정원은 각급 기관에 의정자료 유통시스템 계정 보유자 등에 대한 보안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국정원은 보안교육 시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관명과 이름, 교육일자 등을 취합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국정원은 국회나 상임위에서 의정자료를 요구할 때, 각급 기관은 반드시 국회 의정자료 전자 유통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수·발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상용메일 활용은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의정자료 전자 유통시스템은 국회의원의 업무 수행 시 정부와 온라인으로 전자적 자료 유통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구축한 시스템을 말한다.

또 국정원은 공무원의 보안사고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상용메일을 사용해 해킹으로 의정자료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 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의거, ‘비밀 엄수의 의무’ 위반의 징계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상용메일로 국회에 제공한 자료가 해킹·자료유출시, 그 내용을 매년 기관 평가에 포함되는 ‘정보보안 관리실태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무원 개인 뿐만 아니라, 소속 단체에도 패널티를 주겠다는 의도다.

국정원은 이러한 보안 강화조치가 전국 공무원 사회로 확대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낸 모든 중앙부처에 소속·산하기관에 관련 공문을 전달·통보한 뒤, 그 결과를 취합해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이번 조치가 국회의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회 업무 담당자는 "보안 강화라는 취지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보안을 이유로 국정원이 자료 수·발신 상황을 모니터링 한다는 불안감도 있고, 공무원의 공익 제보 등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국정원 측은 "21대 국회가 개원됨에 따라, 상임위원회 구성 이후 각급 기관을 대상으로 의정자료 요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지난달 17일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료가 유출됐고, 당시 대책을 발표하는 일정도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가 22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관련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는 소동은 여러차례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