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R&D혁신법 시행령 초안 10일 입법예고·관계부처 협의
"개인·기관(대학 등) 처분규정 구분… R&D지원 불이익·제재부가금"
기술 보안 컨트롤타워' 산자부 "자체 검토 통해 추가 조항 건의할 것"
中서 수억원 받은 교수 몰랐던 카이스트… "기술 보안관리 기업보다 대학 취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청사.

정부가 국내 이공계 대학 연구자들이 해외에 연구기밀을 유출할 경우 관리 책임이 있는 대학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국가연구개발혁신법(R&D 혁신법)' 시행령에 명문화할 방침이다. 최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교수가 중국으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기술유출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어서 이같은 정책의 실효성 여부가 부각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R&D혁신법 시행령의 초안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오는 10일 입법예고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관련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R&D혁신법은 지난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연구자의 행정부담은 완화하는 반면 정부, 연구관리 기관의 역할을 규정해 연구자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법안 통과전인 지난 3월부터 시행령을 준비해왔다.

R&D혁신법이 '보안사항 유출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에 이에 대한 처분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연구기밀 유출 시 연구자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도 관리 책임이 인정될 시 국가 R&D 참여를 제한하고, R&D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제재부가금'으로 내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시행령이 확정되면 연구기밀 유출 시 대학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보다 명확해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은 연구기밀 유출에 대한 처분규정에서 대학 등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을 연구자 개인과 따로 구분하지 않아 대학에 대한 처분 근거가 모호했다"며 "이번 시행령에서는 처분 대상을 개인과 기관으로 세분화해 명확하게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대학의 내부 보안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시행령에 일부 추가하자고 과기정통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기술 보안의 컨트롤타워는 산자부지만, R&D혁신법을 포함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은 과기정통부 소관이기 때문에 시행령안 수정을 위해서는 양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

산자부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근거해 해외 체류 중인 연구자의 △현지 기관 겸직 △자금 지원 △이해충돌 발생 등의 여부를 일부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연구자의 자율성 침해, 인력 제한 등의 문제로 전수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도 자체적으로 내부 구성원 모니터링을 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유출이 곧바로 경제적 손해로 이어지는 기업과 달리 대학은 이같은 동기를 갖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체 보안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전문가인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기술유출이 벌어진 대학에게는 R&D 지원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통해 학교 자체적으로 연구보안에 신경쓰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으로 대학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내부 보안 관리 의무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중국 정부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산하 대학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A교수를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있었지만 카이스트는 이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측은 "교수가 학교에 신고하지 않으면 학교는 알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이스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의 연구보안체계를 면밀히 살피고 개선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A교수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돈의 대가성이 있는지를 두고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