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의 인건비가 지나치게 높다고 말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산업은행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급여 삭감이나 감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한 셈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현재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가 매각에 준하는 신규 투자자 유치에 나서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평택 공장.

이동걸 산은 회장은 8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쌍용차 인건비가 1인당 1억1000만원쯤 된다"며 "쌍용차로선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서 노사가 협의해 인건비를 상당 부분 감축했다고 하는데, 그게 충분한 정도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건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쌍용차가 아직도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으며, 고비용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쌍용차는 지난해 복지비를 포함해 인건비로 6000억원 정도 지출했는데, 그 가운데 외주비용 500억원을 빼면 실제 인건비 지출은 5500억원 정도다. 쌍용차 직원은 5000명 정도다.

명시적으로 이 회장은 "테슬라, 페라리한테서 물량을 받아올 수 있는가. 고급 차를 만들어 팔 수 있는가"라고 말하면서 "아니면 인건비라도 깎아야 한다"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매를 늘리거나 또는 생산성을 끌어올려 마진을 제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 삭감 밖에 답이 없다는 시각이다. "물량도 없이 돈만 넣어 어떻게 살리겠다는 거냐"고 그는 강조했다.

쌍용차 평택 공장.

이 회장은 지난 6월 "돈만으로 기업을 살리진 못한다.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쌍용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쌍용차는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 부산 물류센터 등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재차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마힌드라는 지난달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IB) 로스차일드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신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신규 투자를 받는 형태이지만,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이 74.66%에 달하기 때문에 마힌드라 기존 지분이 매각 대상에 포함되거나 또는 기존 지분 감자(減資)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힌드라는 경영권 포기를 언급하면서 "새 투자자를 찾으라"고 쌍용차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는 경기도 평택 칠괴동 쌍용차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일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를 올해 말까지 연장해줬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총 1900억원 규모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매각이) 성사된다면 인수자가 어떤 조건을 갖고 오느냐에 따라 자금 지원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투자 유치가 이뤄지면 산은이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매달 쌍용차에 돌아오는 어음은 1500억원이다. 또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3900억원(3월 말 기준)이다. 마힌드라를 통해 JP모건과 BNP파리바, BOA 등으로부터 2000억원가량 돈을 빌렸는데,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보유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