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의원 등에 사재출연 요구해 금액 최대한 맞춘 뒤 M&A 재논의해야"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이 6일 사장 간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7일 "제주항공이 회사를 난도질했다"고 주장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인수 의지가 약한 제주항공(089590)을 자극해 인수전 무산의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녹취록을 공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이스타항공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제주항공에 피인수돼야 직장을 보존하는 등 유리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녹취록 공개와 같은 것은 지극히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제주항공은 실제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항공은 7일 발표한 입장문 제일 상단에 "최근 이스타 측에서 계약의 내용 및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하여 발표하여,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 특히 양사 간 최고 경영자 간의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 같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민감한 내용들이 외부에 유출되는 비도덕적인 일도 발생했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완전히 해소해야 인수 작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지급 금액을 오는 15일까지 해소하라는 것이 제주항공의 최종 통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스타 노조는 당장은 현 사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로부터 최대한 많은 사재출연을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그 이후 협상을 진행해야지, 지금 당장 제주항공만 공격해봐야 딜이 진행될 리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쟁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서 "노조가 M&A를 이행하라는 기자회견을 본 것은 여러 번이지만, 실제로 노조가 개입해서 잘 성사된 전례는 없다. 투쟁 방향을 잘못 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스타 노조의 강공책은 실패 수순으로 들어가고 있다. 만약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되면 체불임금을 전액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은 재무제표상으로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금이나 항공기 리스비는 물론 임대료, 통신비(시스템 사용료) 등을 모두 체납하는 등 사실상 파산이 임박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녹취록과 회의록은 모두 노조에서 회사와 협의 없이 발표한 것인데 제주항공은 마치 이스타항공이 계약을 유출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회의록 유출자를 내부적으로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당초 제주항공이 체불 임금만 해결하면 인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이상직 의원 일가에 책임을 요구하며 비판해왔다"며 "여전히 이 의원 측 책임이 크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주항공이 이제 와서 '1000억원대 미지급금 해결'을 주장하고 나오니 1500명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우선 제주항공에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다 종용했기 때문에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것"이라며 "이 의원은 SPA 체결 이후 사실상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앞선 경영상의 책임을 물을 뿐 M&A와 관련해서는 제주항공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