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미수 증거금율 상향 조정·신용융자 중단

주요 증권회사들이 일부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미수거래와 신용융자 거래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미수거래는 주식을 살 때 계좌에 결제 대금이 부족해도 계약을 일단 체결해주고 최종 결제일인 2거래일 후에 부족한 결제 대금을 계좌에 넣으면 되는 제도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줘서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수거래와 신용융자가 제한되면 투자자는 100% 자기 돈으로만 주식을 사야 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003540)은 최근 엘앤씨바이오(290650)의 미수거래 증거금율을 기존 60%에서 100%로 상향조정했다. 증거금율이 60%인 주식이 주당 10만원이라면 계좌에 6만원만 있으면 1주를 살 수 있고 나머지 4만원은 최종 결제일인 2거래일 후에 계좌에 넣으면 된다. 미수거래 증거금율을 100%로 올렸다는 것은 계좌에 당장 전체 결제대금이 없으면 매수 주문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은 이 종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주식 살 돈을 빌려 주는 신용융자도 금지했다. 엘앤씨바이오는 인체조직 재생의학 연구개발(R&D) 기업이다.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의약품 제조기업인 일양약품(007570)에 대해서도 미수거래와 신용융자를 중단시켰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두 종목에 대해 내부적으로 판단해 본 결과 주가가 급등락을 하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수거래와 신용융자를 중단시켰다"고 했다.

NN투자증권은 명문제약(017180)에 대해 미수거래와 신용융자를 중단했고 부국증권(001270)도 제약회사 한올바이오파마(009420)에 대한 미수거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쎌바이오텍(049960), 대화제약(067080), JW생명과학(234080)에 대한 증거금율을 각각 30%에서 40%로 상향조정했다.

증권사와는 별도로 주식시장 전체를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도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경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7일 SK바이오팜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본부가 주가가 최근 급등한 SK바이오팜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주의할 것을 요구하는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들이 바이오·제약주의 미수거래 증거금율을 높이거나 신용융자 거래를 차단하는 등 경계에 나선 것은 최근 바이오·제약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바이오·제약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분석 기관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시가총액이 2배 이상 증가한 시총100대 기업은 6곳이었는데 이 중 4곳이 바이오·제약주였다. 알테오젠(196170)은 올해 1월 2일보다 6월30일 시총(종가 기준)이 284.5% 늘었고, 씨젠(096530)(264.5%), 셀트리온제약(068760)(235.8%), 셀트리온헬스케어(116.8%) 등도 2배 이상 시총이 불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는 종목들도 과열된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SK바이오팜은 시총이 7일 장 중 18조2470억원까지 늘었다. 이 회사는 뇌전증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지난해 715억원의 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이 50조1530억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179배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PER이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상매매나 주가 급등락 등 변동성이 너무 높아진 종목들이 종종 있어 증권사별로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오와 제약 종목들의 주가가 적정한 수준인지, 향후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금융투자업계에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신약을 개발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바이오 기업 내부에서도 극소수 사람들만 알고 있어 대부분은 기대만 품고 돈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