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이번주 중으로 CJ ENM-딜라이브 중재 예정
미디어 시장서 존재감 큰 CJ ENM… 콘텐츠 사용료 15~30% 인상 요구
타결 무산 시 딜라이브 200만 가입자 CJ ENM 13개 채널 못 봐
국내 유료방송 생태계가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TV 업계는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 압박에 시달려 왔다. 지상파는 매년마다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인상안을 놓고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블랙아웃'(송출중단)을 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상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콘텐츠 파워'로 몸값이 오른 CJ ENM도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CJ ENM이 블랙아웃 공문까지 발송한 배경에는 최근 미디어 시장 무게 중심이 플랫폼에서 콘텐츠 사업자로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CJ ENM(035760)과 딜라이브 관계자를 이번주 중으로 모아 중재에 나선다. 세부 날짜는 아직 조율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송법에 따른 분재조정위를 열기보다는 먼저 주무부처 입장에서 당사자들을 모아 입장을 듣고 중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한 성격의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양쪽의 입장을 정확히 듣고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앞서 케이블TV 업계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는 CJ ENM이 지난 3월부터 요구한 인상안을 거부했다.
딜라이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해 20%라는 과도한 인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상황 등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CJ ENM과 합병한 CJ오쇼핑은 2019년 7월 홈쇼핑 송출수수료 20% 인하를 딜라이브에 요청했으며, 그 다음달부터 현재까지 송출 수수료 20%를 딜라이브와 합의 없이 차감해 지급하고 있다. 딜라이브이 강력한 대응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CJ ENM은 딜라이브가 이번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오는 17일부터 tvN, OCN 등을 포함한 자사 계열 13개 채널 송출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7일 CJ ENM의 자회사 CJ파워캐스트(송출대행사)는 13개 채널의 수신장비를 회수하겠다고 통보한데 이어 이달 6일에는 딜라이브 가입자에게 채널공급 종료에 대해 안내 공지를 할 것을 요구했다.
딜라이브는 가입자 200만명의 수도권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양측의 갈등으로 200만명에 달하는 딜라이브 가입자가 CJ ENM 전 채널을 못 보게 되는 초유의 사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딜라이브는 CJ ENM의 이와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지만, CJ ENM은 수년간 동결된 사용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상파나 종편들도 사용료를 올렸고 이를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수용한 만큼 CJ ENM 콘텐츠도 올려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처음엔 20%를 제시했지만 이후 다시 이를 낮췄음에도 딜라이브는 인상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어쩔 수 없이 블랙아웃을 통보했다"며 "지난 5년 동안 사용료가 동결이었음에도 (딜라이브의) 이와 같은 강한 반발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CJ ENM에 따르면 딜라이브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15%~30%란 범위 내 인상안에 동의했다. 딜라이브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은 CJ ENM 사용료 인상에 달갑지 않은 분위기지만 블랙아웃까지 불사할 정도는 아닌란 입장이다. 특히 '지상파 3사와 비교하면 양반'이란 소리도 나온다.
CJ ENM은 지난 1월 LG유플러스(032640)와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도 블랙아웃이 거론됐지만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케이블TV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흥행이 비교적 보증된 CJ ENM과 달리 지상파는 시청률이나 광고비 등의 경영지표가 확실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사용료를 매년 20% 가까이 인상하고 있다"며 "특히 채널번호를 협상을 통해서 얻는것도 아니고 황금번호를 무조건 고정까지 하려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디어 환경도 CJ ENM에게 갈수록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플랫폼에 '킬러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자들의 파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이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한류 콘텐츠의 몸값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CJ ENM 입장에서 국내 시장에 목맬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