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영국 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華爲)를 완전히 배제한다.

영국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보안국(GCHQ)’이 화웨이의 기술적 위험성과 안전성을 ‘매우 매우 심각하다(very, very serious)’고 재평가한 것이 그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5일(현지 시각) 보안국이 이번 주 중에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는 이유는 화웨이가 ‘신뢰할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영국 역시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총리실 브리핑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총리실은 이 제안에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FT는 총리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역시 의회 국방위원회에서 "화웨이가 장기적으로 영국 5G 이동통신망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한국)과 NEC(일본)는 영국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공급 회사"라고 언급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

이로써 이르면 올해 안에 화웨이 제품은 영국 5G 사업에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영국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에 영국 시장 철수를 선고한 바와 다름없는 셈이다. FT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영국 정계에서는 보안 차원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영국 보수당은 화웨이 제품이 계속 사용될 경우 미국과 정보 공조, 경제적 협력에 금이 갈 것을 걱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 수차례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해왔다. 파이브 아이즈란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 5국의 군사 정보 공동체를 말한다.

여기에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라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 미국은 영국에 있어 1위 교역 상대국이고 중국은 5위다.

다만 영국 정부는 이미 화웨이 장비를 들여 네트워크망을 구축한 영국 내 통신 사업자들의 불만을 감안해 "이전에 들여온 장비를 제거하거나 교체할 필요는 없다. 화웨이 제품 배제는 새로 들여오는 제품에 한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같은 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프랑스 정보보안청(ANSSI) 관계자는 프랑스 언론 레 제코와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화웨이를 국가 차원에서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며 "통신 사업자들에게 화웨이 제품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권유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 정부가 승인한 제품 사용 기한이 지나면, 그 이후로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재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랑스 내 주요 통신 사업자 가운데 두 곳인 부이그 텔레콤과 SFR은 화웨이 제품을 5G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3~8년 뒤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용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