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난 2일 종결됐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 속에 묻히는듯 했지만, 지난해 극적으로 이춘재가 범인임이 드러났고 경찰의 추가 수사 끝에 모든 범행이 밝혀졌다.

영원히 미궁 속에 묻히는듯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면서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다른 미제 사건의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왼쪽부터 영화 '그놈 목소리', '살인의 추억', '아이들' 영화 포스터.

◇ '살인의 추억' 해결됐지만… '그놈 목소리'부터 '개구리 소년'은 여전히 미제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는 화성연쇄살인 사건(1986~1991년), 이형호군 유괴 살해 사건(1991년), 개구리 소년 사건(1991년)이 꼽힌다. 세 사건 모두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범인을 잡아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영화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점도 세 사건의 공통점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986년 9월 경기도 화성에서 딸의 집에 다녀오던 70대 여성이 살해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동일한 수법으로 부녀자들에 대한 살인이 반복됐다.

범인 이춘재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명을 살해해 화성 일대를 공포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 목숨을 잃은 사람은 14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최초사건 발생 후 33년만인 지난해 9월 이춘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춘재는 지난 1994년 처제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경찰의 조사 과정 중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였다.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은 1991년 1월 당시 9살이었던 고 이형호 군이 서울 압구정동 집 근처에서 유괴됐다가 43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 미제로 남았다. 지난 29년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그놈 목소리'는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해당 사건 공소시효는 이미 2006년 만료가 됐었지만, 범인을 붙잡기 위해 경찰은 사건 당시 범인 목소리를 영화를 통해 대중에 공개했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 같은해 3월 대구에서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다섯명의 소년들이 실종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유골이 2002년 발견되면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다. 당시 경찰은 아이들의 두개골에서 함몰 흔적과 구멍이 발견돼 살해 후 암매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소시효는 2006년 끝났다. 이후 잊혀졌다가 2011년 영화 '아이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시 알려졌다.

◇ 범인 해외 거주기록 있으면 공소시효 되살릴 수

경찰은 미제 사건 전담팀을 꾸려, 공소시효가 끝난 미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사 단서가 될 제보가 없어 수사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1995년 남성 듀오 출신 김성재의 죽음, 2004년 화성 여대생사건, 2008년 양산 택시기사 피살 사건, 2004년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피살사건 등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미제 사건이지만 아직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사건 관계자의 제보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사건도 있었다. 1999년 11월 제주시에서 일어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1999년)'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공소시효가 끝나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지난달 27일 한 방송을 통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해 살인 교사가 있었다고 주장한 제보자가 나타났다. 그는 제주도에서 폭력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한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속한 조직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다른 조직원(2014년 사망)이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당시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특징 뿐 아니라 사건 당일 이 변호사의 동선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또 골목에 가로등이 꺼져 있었다는 점 등 당시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제보자가 범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보자의 해외출입국 기록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이 범인이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했을 때는 해외 도피 기간 만큼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즉 해외 거주기간이 6년 이상이면 2014년 만료된 공소시효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제보자의 해외 거주 기간은 6년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 정지를 통한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보자가 범인으로 밝혀져도 그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15년에서 25년으로 길어졌고 2015년 형사소송법이 한번 더 개정되면서 완전히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