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끌어내는 데 기여"
박지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이희호 여사 하염 없이 떠올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서훈 국정원장의 후임으로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을 내정했다. 박 전 의원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주역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북한 사정을 잘 아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 판단이 탁월할 뿐 아니라, 18·19·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소개했다.

강 대변인은 "박 후보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라며 "국정원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후보자는 전남 진도 출신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뒤 1970년대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정치에 입문했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불린다.

14대 총선에 전국구로 출마해 당선됐고, 18·19·20대 총선에선 전남 목포에 출마해 3선을 했다. 21대 총선에선 민생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후 단국대 석좌교수를 맡았으나, 선거가 끝난 지 2달여만에 국정원장 후보자에 내정됐다.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김 전 대통령을 보필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송호경 당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회담 의제 전반을 조율한 주역 중 한 명이다.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마무리 오찬장에서 노래도 부르며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며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제 입에서 정치의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며 "소셜미디어(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임명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하염 없이 떠오른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