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계속되던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현물 가격이 내려가면서 구매자들이 관망에 나선 탓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3세대 10나노급(1z) DDR4 D램.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말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과 같은 3.31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0월말 2.81달러를 기록한 후, 올 1월부터 매달 상승해왔다. 올해들어 상승 일변도던 D램 가격이 평행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하락세인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간 계약 표준가격인 고정거래가격과 달리, 현물가격은 일반 소매단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뜻한다. D램 거래에서 현물 비중은 10% 남짓이지만,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은 장기적으론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 4월 7일 3.60달러에서 꾸준히 하락해, 이날 기준 2.7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두달 사이 22.7% 가량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며, 상반기 D램 가격 상승을 이끈 주요 데이터센터·서버 업체들이 하반기 시작을 앞두고 가격 추이를 관망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정거래가격은 매 분기가 시작할 때 크게 요동치는 편이다. 현물 가격이 하락하자, 7월 고정거래가 하락을 기대한 데이터센터·서버들이 D램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시각이다.

D램 가격 상승이 멈추며 반도체 업계에선 하반기 업황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를 운영하는 트렌드포스는 이날 가격발표와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서 "구매자들의 재고가 쌓여가고 있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3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약 5%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 29일(현지 시각)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한 미국 마이크론은 하반기 업황에 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놨다. 마이크론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다. 마이크론은 3분기 시장 추정치인 53억1000만달러를 웃도는 매출 54억38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전망치로 매출 57억5000만~62억5000만달러를 제시했다. 매출은 시장 전망인 54억6000만달러를 상회한다.

산제이 머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가시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올 하반기에 클라우드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 수요는 줄어들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서버 수요가 이를 상쇄한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