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분기부터 'V자형' 아닌 '완만한' 회복 전망
개인소비·주택투자 늘고 기업투자 회복은 지연

미국 내 경제활동이 점차 재개되는 가운데 향후 회복 경로가 'V자형 빠른 회복'이 아닌 '완만한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리스크 요인이 회복세를 제약하면서다. 정부는 긴급조치를 쏟아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추가 조치를 기대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가 오는 3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들이 제시한 미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평균값은 전기대비연율 14.0%로 상반기(-19.9%)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지난 4월 17일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란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의 텅 빈 체크인 카운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특히 하반기 개인소비(17.0%)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4월 정점에 도달한 외출자제령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약화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실업급여 지급이 늘어나면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이자 비용 등 비소비성 지출을 뺀 소득을 가리키는 개인의 처분가능소득이 보전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주택투자(12.8%)도 낮아지는 금리 등에 힘입어 하반기에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금리는 30년만기고정 기준 평균 3.23%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3.72%였던 미 주담대 금리는 올해 2월에는 3.47%, 4월에는 3.31%로 꾸준히 내려오고 있다.

다만 민간부문 투자는 3%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이 코로나 충격으로 급감한 수요를 회복하고, 유휴설비를 재가동하기 위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3일 예정된 대선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도 기업 신규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더욱이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서부·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인구 밀집지역의 경제활동 재개 범위가 확대되고, 여름철 야외활동까지 증가해 대면 접촉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확진자가 더욱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미국 내 대부분 지역이 부분적, 단계적으로나마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소비, 생산 관련 지표에 나타난 경기회복 모멘텀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라며 "V자가 아닌 완만한 회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초기 정부의 긴급조치가 금융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조치에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내 도로 내 차량 교통량, 도보 이용량은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한 상태지만 항공이용량은 여전히 지난해 20% 수준에 불과하다. 신용 및 직불카드 사용액도 4월 중순 이후 상당폭 반등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자상거래를 통한 지출 증가세에 따른 결과로 경제 재개와 무관하게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소비행태는 지속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