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년된 IP 활용 모바일 게임들 매출 상위권에 대거 포진
게임 20년 이상 세월이 주는 '기회'... 두터운 사용자층 방증

리니지·뮤·카트라이더·A3·스톤에이지.

2020년 현재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는 게임 목록이다. 시간을 거슬러 15년전 순위라고 해도 좋을 이름들이다. 추억 속에 남아 있던 옛 게임이 부활하고 있다. 과거 명성을 날리던 지식재산권(IP)이 모바일 게임으로 돌아온 것이다. 게임업계 일각에선 "한국도 일본·미국처럼 IP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반응도 나온다.

1998년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23일 모바일 앱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1위는 리니지2M, 2위는 리니지M이다. 3위에는 뮤 아크엔젤, 4위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9위에는 A3: 스틸얼라이브가 위치해 있다. 12·13·14위에는 스톤에이지 월드·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리니지2 레볼루션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이들 게임은 과거 PC 온라인으로 이름을 날린 IP를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리니지는 1998년, 리니지2는 2003년 출시된 게임이다. 뮤 아크엔젤 원작인 뮤 온라인은 2001년 출시됐다. 카트라이더는 2004년, A3는 2002년, 스톤에이지는 1999년 첫 선을 보였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블레이드&소울도 2012년작으로 올해 8년차를 맞는다. 변화가 잦은 게임업계에서 짧게는 8년에서 길게는 22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여전히 매출 상위권을 점령하는 파괴력 있는 IP인 셈이다.

옛 게임들의 귀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1996년 출시해 24년째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장수 온라인 게임이다. 넥슨은 올 여름 중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도 출시한다.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국내 출시해 15년차를 맞는다. NC는 하반기를 목표로 블레이드&소울 모바일 게임 3종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07년 출시한 크로스파이어 콘솔 버전을 개발 중이고, 썸에이지는 2005년 선보였던 데카론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넥슨이 개발중인 바람의나라: 연 1차 CBT 장면.

고전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게임들이 연이어 쏟아지며, 게이머들 사이에선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는 농담도 나온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블리자드는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2004년 첫 모습 그대로 복원한 '클래식' 버전을 지난해 출시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접속자 중 절반이 클래식 이용자다.

일본 스퀘어에닉스는 1997년 출시한 파이널 판타지7을 리메이크해 지난 4월 선보였다. 최근 품절 사태를 일으킨 닌텐도 '동물의 숲'은 2001년부터 이어져온 시리즈다. 전설적인 FPS(1인칭 슈팅) 게임인 '둠'은 2016년 리메이크를 거쳐, 올해는 후속작 둠 이터널이 나오기도 했다.

신규 IP보다는 과거 성공을 거둬,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지닌 IP를 사용하는 모습이다. 게임업계 일각에선 한국 고전 IP를 활용한 게임이 속속 등장하는 점에 고무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국 게임계도 20년 이상 업력이 쌓이며, 세월이 주는 'IP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유년시절 국산 게임을 접한 세대가 30~40대가 돼, 자식과 함께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국내에서도 20년 이상 한 IP가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성숙하고, IP와 함께 세월을 쌓은 두꺼운 이용자층이 생겼다는 방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