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선두경쟁하던 수퍼컴 분야서 다시 고개든 일본
日 '후가쿠' 1초당 계산 횟수, 美 수퍼컴보다 2.8배 빨라
일본이 수퍼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미국·중국이 선두권 경쟁하던 수퍼컴퓨터에서 일본이 다시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11년 '게이(京)' 이후 9년 만이다.
23일 뉴욕타임스·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국제 수퍼컴퓨터학회(ISC)는 일본 이화학연구소·후지쓰(富士通)가 공동 개발한 수퍼컴퓨터 '후가쿠(富岳)'가 전 세계 수퍼컴퓨터 계산속도 순위인 '톱 500'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ISC는 매년 6월, 11월 두 차례 전 세계 컴퓨터의 계산 속도, 전력 효율을 평가해 성능이 뛰어난 상위 500대 수퍼컴을 선정한다. 일본은 게이로 2011년 1위에 오른 후 다음 해 미국의 수퍼컴에 왕좌를 내줬고, 이후 미국·중국이 번갈아 선두를 차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9년 만에 다시 1위를 되찾은 셈이다.
후가쿠의 1초당 계산 횟수는 41경6000조회에 달해 2위 미국 서밋(14경9000조회)의 약 2.8배에 달했다. 3위는 미국 '시에라'였다.
4·5위는 중국 수퍼컴이 차지했다. 당초 중국이 후가쿠의 두 배 성능을 보유한 수퍼컴을 올해 완성하려고 했으나 지연되면서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수퍼컴은 기술·경제력의 상징이 되면서 미·중간 투자 경쟁 격전지가 되고 있다. 방 크기만한 컴퓨터 시스템은 암호 해독, 기후 변화 예측, 자동차·무기·항공기·마약에 대한 새로운 설계 시뮬레이션 등 복잡한 군사·과학 업무에 투입돼 왔다. 이번에 1위를 한 일본 후가쿠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진단·치료를 지원하는 데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성과에도 전체 상위 500위권에 올라온 수퍼컴을 보면 미·중의 영향력이 아직 굳건하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해석했다. 중국은 상위 500개 가운데 전체 226개 수퍼컴이 포함됐다. 미국은 그 절반인 114개가 선정됐지만, 연산 능력으로만 보면 중국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은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수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상청 누리·미리(139·140위)도 상위 500위 안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