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증여받은 정한선군, 평가익 발생… 6월 증여 정재림 이사는 손실

범(汎) 현대가인 KCC가 장남 정몽진 회장과 차남 정몽익 사장 형제간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형제는 최근 각자 조카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등 지분정리 과정에 돌입했다.

KCC는 올해 1월 KCC(002380)와 KCC글라스(케이씨씨글라스)로 인적 분할했다. KCC는 실리콘·도료를 중심으로 한 정밀화학·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유리·건축자재·인테리어 사업은 KCC글라스가 도맡는다. 회사 측은 "분할을 통해 사업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오너 2세간 계열분리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정상영(84) KCC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진(60) 회장이 기존 KCC를, 차남 정몽익(58) 사장이 KCC글라스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이번 분할 과정에서 차남 정몽익 사장이 최대주주(지분율 25%)인 안전유리 제조 계열사 코리아오토글라스가 KCC글라스에 편입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사장

최근 두 형제가 각자 조카에게 지분을 맞증여하면서 계열분리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사장은 이달 조카인 정재림(29) KCC 이사에게 KCC 보통주 2만9661주(약 42억원)를 증여했다. 정재림 이사는 정몽진 회장의 딸로, 지난 4월 KCC 이사대우로 선임됐다. 이번 증여로 정 이사의 KCC 지분은 기존 0.29%에서 0.62%로 늘었다.

앞서 지난 4월 정 회장은 KCC글라스 보통주 17만68주(약 49억원)를 조카이자 정 사장의 아들인 정한선(13)군에게 증여했다. 이로 인해 정한선군의 지분율은 0.02%에서 2.06%로 높아졌다.

지분 맞증여는 지난 4월에 이뤄진 정 회장과 조카 정군 간 증여가 유리했다. 당시 증여 가격은 2만9400원이었는데 현재 KCC글라스 주가가 3만10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6월 정 사장과 정재림 이사 간 증여는 증여가가 14만1000원이고, KCC 주가가 13만9500원이라 현재는 소폭 평가손실 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분을 서로 교차 증여할 땐 동시에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쪽은 코로나 후폭풍이 상당할 때 진행했고 다른 한쪽은 주가가 비교적 올라있을 때 진행해 주가 흐름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맞증여는 오너 2세 계열분리 작업을 위한 '지분 교통정리'와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 다지기로 풀이된다. 정몽진 회장이 KCC, 정몽익 사장이 KCC글라스를 온전히 맡기 위해 정 회장은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을, 정 사장은 KCC 지분을 조카에게 증여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래픽=송윤혜

정 회장 일가는 현금 증여를 통한 주식 장내매수도 지속해왔다. 정몽진 회장은 지난해 5월 KCC 보통주 9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정 회장의 딸 정재림 이사, 아들 정명선(25)씨도 같은달 17일과 20일에 걸쳐 각각 5495주, 7144주를 사들였다. 세 사람이 회사 주식 2만1639주(0.21%) 매입에 들인 자금은 60억원이다. 자녀들은 매입자금 35억5000만원을 정 회장으로부터 현금 증여를 받은 뒤 주식을 취득했다.

계열분리 마지막 단계로 정 회장과 정 사장 간 보유 지분 교환(스왑) 과정이 남아있다. 회사 측은 형제간 지분 스왑을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언급했으나, 업계에서는 조만간 형제간 지분 스왑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CC글라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진 회장(16.37%), 정몽익 사장(8.8%), 정상영 명예회장(5.05%), KCC(6.85%)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5.28%) 순이다.

정 사장이 보유 중인 KCC 지분(8.8%)을 정 회장과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과 교환한 뒤 정 사장이 신설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후 KCC글라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되는데, 코리아오토글라스와의 합병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형제간 지분 스왑은 KCC글라스의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점에서 KCC글라스의 주가 상승이 오너 일가에 유리하다"며 "형제간 지분 스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KCC글라스의 주가 상승 시 형제간 공평한 재산 배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이후 1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 KCC와 KCC글라스의 주가 흐름은 코로나19 여파로 지지부진하다. KCC는 미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 인수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 거래 첫날 시초가(20만500원) 대비 16.1% 오른 23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주가는 지난 3월 한때 10만6000원까지 추락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모멘티브 인수로 KCC의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고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KCC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다. 최근 주가는 13~15만원선을 회복했지만, 1월 재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KCC글라스는 거래 첫날 시초가(7만9600원)보다 29.9% 떨어진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코로나 여파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다가 3월에는 1만215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한 달 사이 건설 경기 회복과 함께 인테리어 수요도 늘면서 주가도 반등, 3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