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양양 등 비인기 노선 잇따라 취항하는 LCC "여객 운송밖에 답 없어"
대한항공·아시아나는 "당장은 여객보다 화물 수송이 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발 입국 금지 제한국이 여전히 183개국에 달하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가 타개책으로 정반대 행보에 나섰다. 여객 수요에만 의존하는 LCC는 경쟁적으로 국내선을 늘리고 있는 반면 대형사는 오히려 국내선을 정리하고 수요가 늘고 있는 화물 영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7월 본격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LCC들은 제주, 부산, 여수, 양양 등에 뜨는 부정기편을 늘리면서 국내선을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항공사들의 국내선 노선 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46% 감소한 27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 수준을 회복한 45개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눈길을 주지 않던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비인기 노선이라도 당장 매출을 끌어낼 방법은 여객 운송밖에 없으니 경쟁적으로 노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가 짐을 싣고 나르는 화물기들의 모습으로 바쁜 모습이다. / 장련성 기자
가령 대형사들의 항공기만 오가던 여수공항에는 지난 4월부터 국내 1~2위 LCC인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를 비롯해 소형항공사(50인승 이하)인 하이에어가 잇따라 신규 취항했다. 이로써 현재 김포~여수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총 4개 항공사가 운항 중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운항 편수가 늘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3월부터 운항을 중단하고 있는 여수 노선을 48년 만에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을 운영해 왔지만 KTX 개통 등으로 여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이에 소형 기종으로 바꿔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매년 수십억원 대의 적자를 보고 있어 사실상 철수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LCC들은 한때 유령공항으로 불리기도 한 양양에도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이달 26일부터 부산~양양, 광주~양양 노선에 취항하며, 제주항공은 부산~양양 노선을 8월 31일까지 매일 1~2회 운항한다. 양양공항을 모(母)기지로 하는 플라이강원은 현재 운항 중인 양양~제주 노선에 더해 내달부터 김포~양양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이외에도 비행기가 뜨는 국내선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청주~제주 노선에 부정기 운항을 하고 있으며 오는 26일부터는 김포~광주 노선도 운항한다. 진에어는 19일부터 김포~광주 노선 부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LCC보다 국내선 운항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형사들은 오히려 화물 운항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수 노선뿐 아니라 대구~제주노선 운항도 일시 중단하며, 청주~제주, 김해~제주 노선도 1편으로 줄였다. 대신 항공화물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객기 화물칸 공급이 감소하면서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운휴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18일 여객기 좌석에 더 많은 화물을 쉽게 싣고 나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공급은 더 확대될 예정이다.

실제 한국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4~5월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수는 28만7736명으로 전년 동기(1138만1836명) 대비 99.97% 줄었지만, 대한항공의 4월 국제선 화물 수송량은 작년 동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5월에도 9%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수송량 역시 전년 대비 각각 4.0%, 6%가량 늘었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비행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국내선은 LCC 가격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출혈 경쟁에 합류할 이유가 없다"며 "화물 공급이 늘어나고 있어 화물 수요가 있는 국제노선을 우선적으로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매출은 작년보다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물 수요 확대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영업이익 역시 1000억원대의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