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지난 18일부터 마스크를 일주일에 10장씩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약국을 방문해 1만5000원에 10장을 구매했다. 김씨는 "최근 마스크 생산량 증가로 구매가능수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수급이 해결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가격은 변동이 없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근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 되면서 공적 마스크 구매 한도가 1일 3장에서 10장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가격은 한창 수급이 어렵던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 됐다는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서울 종로 5가의 한 약국에 시민들이 정부가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마스크 생산량 5~6배 늘었다는데 가격은 그대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최대 2000만장까지 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기 전(하루 200만~300만장)과 비교하면 5~6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자, 정부는 요일별로 구매를 제한한 마스크 5부제를 폐지했다. 또, 1인당 1주일 마스크 구매량을 기존 3장에서 10장으로 대폭 확대했다. 그런데 마스크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기존 1장당 1500원의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생산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내리지 않는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공적 마스크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조달청이 이미 마스크 업체들과 일괄적으로 수매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약국을 통한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유통마진 등을 고려해도 기존 가격(1500원)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식약처 측 설명이다.

식약처 등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 1장당 매입가격은 900~1100원대로 형성돼 있다. 지난해까지 공장 매입가격은 1장당 200~300원대 수준이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가격이 4배 이상 올랐다. 마스크 판매원가를 끌어올린 것은 멜트블로운(MB)필터 등 마스크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MB필터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퍼지면서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여전히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스크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력을 추가 채용하면서 인건비가 증가한 영향도 마스크 판매원가를 곧바로 낮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경기도의 한 마스크업체 관계자는 "재료비나 인건비 등 고정비가 아직은 확 줄어들진 않았지만 2~3월보다는 판매원가를 낮출 여력은 커진 것 같다"며 "앞으로 판매원가를 1장당 900원 아래로 낮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 매장 내 위생용품 코너에 마스크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 공적 마스크 매입 비율 줄이면 마스크 가격은?

마스크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됐다는 것은 정부의 마스크 공적 매입 비율 축소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정부는 지난 18일 공적 마스크 매입 비율을 일일 국내 생산량의 50%로 낮췄다. 이달 1일 매입 비율을 일일 생산량 80%에서 60%로 낮춘지 17일 만에 내린 조치다. 보건용 마스크 수출 비율도 일일 생산량의 10%에서 30%로 확대했다.

정부의 수급 통제가 한층 느슨해지고 마스크의 시중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다시 ‘마스크 사재기’로 인해 가격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부 성모씨는 "마스크가 시장에 풀리면 또다시 일부 ‘얌체족’들의 사재기로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며 "미리 마스크를 좀 사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씨도 "정부가 마스크를 통제했기 때문에 1500원에라도 살 수 있었던 것"이라며 "수출 제한도 일부 풀렸는데 해외로 빠져나가는 물량이 많아져 마스크 가격이 오르는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지금보다 마스크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프라인 방식의 약국 판매 대신 온라인 판매가 늘면 중간 유통마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달환 식약처 보건연구관은 "시장에 마스크가 풀리면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 되면서 유통마진이 절감돼 마스크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약국을 통한 공적 마스크 판매는 다음달 1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7월 11일 이후 공적 마스크 판매 지속 여부에 대해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마스크업계는 정부가 공적 마스크 판매를 완전 종료하거나 매입 비율을 50% 미만으로 더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크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3월과 비교하면 최근 물량 면에서 여유가 생겼다"며 "정부도 공적 매입 비율을 점차 더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