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연장을 허용하는 개헌안 통과를 전제로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푸틴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따라 총리로 물러났다. 이후 2012년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해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집권을 이어왔다.

기존 헌법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지만 개헌안이 최종 채택될 경우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두 번 더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68세인 푸틴 대통령이 84세까지 집권할 길이 열린 것으로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재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헌법이 개정되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있으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푸틴은 관련 헌법 개정에 대해 "경험상, 만일 이 일이(헌법 개정이) 없으면 2년쯤 뒤에는 여러 수준의 권력 기관에서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하는 대신 잠재 후계자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지금은 일을 해야지, 후계자를 찾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굳이 헌법 개정을 통해 5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는 이유가 국정 공백 방지와 안정적 권력 승계를 위한 것이란 해명이다.

푸틴은 "현행 헌법은 의회 건물에 대포가 발사되고, 모스크바에서 (정치 세력 간에) 희생자를 동반한 무력충돌이 벌어지던 아주 첨예한 정치 위기 상황에서 채택된 것"이라면서 개헌은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헌법이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져 있던 1993년 채택된 것인 만큼 정치·경제 상황이 상당히 안정된 지금은 개정할 때가 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개헌 국민투표를 다음 달 1일 실시한다. 당초 지난 4월 22일로 예정됐던 국민투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대통령과 의회, 사법부, 지방정부 간 권력 분점을 골자로 한 개헌안에는 오는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