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상 KIST 박사·이신두 서울대 교수팀, '수직 나노갭 전극' 개발
"액체 속 나노 입자 포획 성공… 대기 중 입자 제거 위해 추가 연구"

서울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연구를 통해 300나노(nm·10억분의 1미터) 이하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유용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박사와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액체에 녹아있는 20나노 크기의 초미세 입자를 포획할 수 있는 ‘수직 나노갭 전극’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액체에 녹아있는 작은 입자들을 포획하기 위해서는 나노갭 전극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켜야 한다. 철가루가 자석에 달라붙듯 전극에 입자들이 달라붙는 원리다.

마이크로(μm·100만분의 1미터) 입자는 이를 통해 잘 포획할 수 있지만 이보다 1000배 더 작은 나노 입자는 이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입자가 움직일 때 액체 자체에도 미세한 흐름이 발생해 입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입자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벼운 나노 입자는 이 액체 흐름에 잘 휩쓸리기 때문에 사람이 제어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나노갭 전극의 면적을 넓혀, 입자에 가하는 전기력 크기를 키워야 한다. 액체의 흐름을 이겨내면서 나노 입자를 전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노갭 전극은 손톱만한 면적을 만드는 데 수십만원이 들어갈 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전극의 구조를 바꿔 성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양(+)극과 음(-)극을 수평으로 배치한 구조였는데, 두 극을 수직으로 배치하면 전기력의 크기를 10배 이상 키울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제조단가도 LP판 면적에 5000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직 나노갭 전극의 두 전극(금색·청색)을 수직으로 배치한 후 전압을 조절함으로써 나노 입자(녹색·적색)를 포획·분리하는 모습.

유 박사는 "인체 유해성이 입증된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나노 입자들을 액체 속에서 효과적으로 포획하는데 성공했다"며 "액체를 넘어 대기 중의 나노 입자를 포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기 중의 300나노 이하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기 위해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사업을 통해 수행되고 있다. 액체에 이어 대기 중 나노 입자 포획에 성공하면 상용화될 전망이다.

초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하수에 녹아있는 미세플라스틱 제거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암 진단의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세포 밖 소포체’, 치매 단백질 등과 같은 200나노 이하의 생체 물질을 포획·농축함으로써 질병 진단을 위한 바이오센서 기술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