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시민단체가 더 많습니다."

최근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후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량한 시민단체들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후원금 기부에 불신을 느껴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기부금을 돌려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최근 늘었다"면서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선량하게 활동해온 시민단체들까지 불신의 시선을 받고 있어 속상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부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해당 의혹과는 무관한 시민단체들마저 불신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2017년에는 후원단체인 새희망씨앗이 3년간 4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기부받은 돈(127억원)을 수입차 구매나 호화 요트 여행 등에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 단체가 실제 기부 활동에는 집행한 금액은 2억원에 불과했다.

이 당시에도 이와 무관한 많은 시민단체가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새희망씨앗 사건이 있었을 때도 많은 시민단체들이 불신이 커지면서 기부금이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사실 알고보면 착실하게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시민단체들이 더 많다. 일례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경우 기부금은 지정기부금 법인을 통해 받고 절차에 따라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차명계좌도 사용하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은 2017년 12월 '기부자의 알 권리 헌장'을 만들었다. 이 헌장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자발적으로 홈페이지에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국세청 홈텍스 홈페이지 공익법인(시민단체) 공시를 통해 시민단체 기부금 사용 내역이 공개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한 시민단체는 9663곳이었고, 이들이 수령한 기부금 총액은 6조3473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후원금 기부 시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시민단체들도 기부금 내역을 마음대로 누락할 수 없는 구조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정의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번에도 안타깝게 이와 무관한 시민단체들까지 한꺼번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약 1만개 시민단체 중 실제로 기부금을 유용한 곳이 있다면 이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꺼번에 싸잡아 모든 시민단체에 이번 사태를 투영하는 듯 하다.

막연한 불신이 싹터 선량한 시민단체들의 숨통마저 조이는 형국이다. 최근 들어 일부 시민단체가 특정 정치세력과 결부해 또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변질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권·시민단체가 더 많다.

불신의 확산은 시민단체 생명줄인 후원금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시민단체 숨통을 끊는 사형선고와도 같다. 더이상 정의연 사태가 만든 불신이 선량한 시민단체 전체로 확산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