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건축 시장에 암울한 기운이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 최근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아파트 등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물꼬를 트는 듯했지만 서울 재건축이 이번 규제로 또 다시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는 단기적인 효과만 낼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될 경우 재건축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부담금 폭탄'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서울 강남 5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1인당 평균 4억4000만~5억2000만원을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최저는 2억1000만원이고 최고는 7억1000만원에 달한다.
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1차 안전진단 기관 선정·관리주체를 기존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꾼다. 내년 상반기부터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면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허위 또는 부실하게 작성한 것이 적발되면 1년간 입찰을 제한한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소유한 시점부터 분양신청 때까지 2년 이상 직접 거주한 조합원만 분양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아파트와 마포 성산시영 아파트 등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서울 시내 재건축 사업의 문이 다시 열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안전진단 통과 후 이들 단지의 집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더욱 강력한 규제의 계기를 마련해준 꼴이 됐다. 목동 6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후 호가가 3억원이나 뛰었고 성산시영 역시 2억~3억원 오른 10억원에 거래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사업은 다시 발이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는 12월 이후 최초 재건축 부담금 부과 조합부터 환수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한 데 따른 것이다.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는데다 재건축 조합원 분양 신청 자격도 강화된 여파로 조합 등의 반발도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로 당장 집값 상승을 지연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재건축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당장은 주택 가격이 얼어붙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신축 대단지 주택의 품귀현상이 나타나 가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주택 가격 변동은 결국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정부 의도대로 집값이 잡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부담금 징수는 재건축사업 장기화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수요자들은 결국 징벌적 정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권 투자나 신규주택 구매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