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핵무기 보유국 순위 3위인 중국과 7위인 인도의 군인들이 국경에서 몽둥이와 돌을 들고 싸워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다.

히말라야의 중국-인도 접경 지역에서 두 나라 군인들이 나란히 행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충돌은 지난 15일 중국과 인도 국경 분쟁 지역인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에서 발생했다. 양측은 이 지역의 관할권을 놓고 1962년 전쟁을 벌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양측 군이 관할하는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삼았다. 하지만 해발 3000m가 넘고 지형지물 경계가 불분명해 양측 대치는 계속됐다. 지난달에도 양국 군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싸워 부상자가 속출했다.

양측 군인 600여 명은 경찰 곤봉, 철조망을 감은 막대기, 돌을 들고 싸웠다. 일부 부상자는 대치가 밤까지 이어지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사망했다고 한다. 인도 육군은 16일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았다. 인도 매체 ANI통신은 인도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 측 사상자가 43명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는 2013년 체결한 '중·인 국경 방어에 관한 합의'에서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국경에서 총을 쏘는 것을 피하기로 합의했다.양국 군인들이 원시적인 무기로 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인도 중부 보팔에서는 시위대가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불태웠고, 샤오미·오포 등 중국산 스마트폰을 불태우는 시위도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가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날 인도군을 비하하는 글과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16일 성명에서 "이번 폭력 충돌은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국경 현황을 바꾸려 한 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NDTV에 따르면 충돌은 인도군이 갈완 계곡에 설치된 중국군 텐트를 철거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군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인도군을 공격해 인도군 장교 등이 계곡으로 떨어졌고, 양측이 서로 지원군을 부르며 아수라장이 돼 이날 자정까지 6시간 동안 충돌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인도 국경부대가 중국 쪽 실질통제선을 넘었고 현지 교섭에 나선 중국 측 장교와 병사를 공격해 격렬한 충돌을 유도하고 사망자를 냈다고 했다.

이 지역을 놓고 양측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갈완 계곡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갈완계곡은 중국 신장(新疆)과 티베트(시짱·西藏)를 잇는 G219 국도에서 120여㎞ 떨어져 있다. 중국이 인근 도로를 정비할 때마다 인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이번 사태의 실질적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인도는 일대일로 서진(西進)의 핵심 길목으로 여겨지지만, 일대일로에 적대적인 국가다. 인도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접경국 파키스탄에서 군항을 확보해 인도양으로 진출하고, 네팔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시도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는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 맞서 인도가 분쟁 지역에서 도로와 활주로 건설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양측 대치가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7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이 갈완 계곡 충돌 사태를 공정하게 처리하고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기 부상하고 있는 중화 민족주의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주력하는 힌두 민족주의가 부딪칠 경우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