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G20 회의서 트럼프 "미국산 농산물 사달라" 간청
'인권탄압' 신장위구르 수용소 건설도 "옳은 일 하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오는 2020년도 재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폭로했다.
1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전 보좌관이 곧 출간할 예정인 592페이지 분량의 책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일대일로 만나 중국의 경제력이 현재 진행중인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의 대두, 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물밑에서 벌인 이런 협상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비유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까지 끌고 갔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른 국가를 선거에 개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봤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신장위구르 지역 이슬람교도를 수용하기 위한 수용소를 건설하는 계획에 대해 옹호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옳은 일"이라며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은 백악관 전 국가안보 고문으로 일한 매튜 포팅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중국 방문 때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대외적으로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밑에선 인권 탄압에 동조한다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 된다.
◇ "핀란드, 러시아 일부냐" 묻기도…"충격적으로 무지한 대통령"
볼턴은 600페이지 분량의 회고록에서 지난 2018~2019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을 변덕스럽고, 충격적으로 무지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백악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했다"며 "개인의 본능에 의지했고 언제나 리얼리티 TV쇼 쇼맨십을 보여줄 기회를 찾았다"고 썼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인 존 F 켈리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고 물은 일도 있었다고 썼다. 지난 2018년 5월 영국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 영국 관리가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핵보유국이냐"고 감탄 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외교 결단을 독단적으로, 충동적으로 한 일에 대해서도 언급 됐다. 지난 201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이 국방비를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발언을 하려 했을때, 볼턴은 막으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일을 하고 싶지 않냐"고 되물어 경악했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침공을 '멋진 일(Cool)'이라고 말하고, 이 국가가 '정말로 미국의 일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썼다. 아프가니스탄의 전현직 대통령을 헷갈려 했으며,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이란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정책적 결단을 해야 할 때 자주 초조해하고 흔들렸다.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2018년 내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으나 정작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가 대통령을 자처하고 미국이 그를 지지하기로 한 뒤에 과이도가 마두로에 비해 너무 약한 어린애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 실세사위 쿠슈너에 참모들 폭발…아방카 잘못 덮으려 빈살만 옹호도
'실세 사위'로 불리는 재러드 쿠슈너로 인해 폼페이오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폭발한 일화도 볼턴은 썼다. 쿠슈너가 터키 재무장관과 직접 통화를 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이 분노 했으며, 볼턴 역시 쿠슈너가 행해서는 안될 국제협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딸 이방카 트럼프의 잘못을 덮기 위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옹호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2018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AP통신과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빈살만 왕세자가 무죄라고 두둔해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이방카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에게 "내가 (빈살만에 대한) 성명서를 직접 읽으면 이방카에 대한 관심이 다른 곳으로 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