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전망 발표 취소하고 신영·KB證 등 발표 늦춰

"하루에도 5퍼센트(%)씩 지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어떻게 전망을 할 수 있겠어요? 전망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A 증권사 관계자

"저희는 며칠 전에 내부적으로 발표한 하우스뷰(증권사 시장전망)에서 하반기 지수 전망치를 내놨는데 이걸 전망한 애널리스트(연구원)가 이 지수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를 못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 많이 조심스러운 상태죠" -B 증권사 관계자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7.23포인트(5.28%) 급등한 2138.05로,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3포인트(6.09%) 급등한 735.38로 마감했다.

주요 증권회사들의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들이 하반기(7~12월) 국내 증권시장 전망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지수가 하루에도 4~5%씩 오르내리며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있는데 하반기 전망치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주식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증시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리서치 자료를 공개할 경우 추후 투자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많다. 일부 증권사는 하반기 전망치를 언제 공개할지 조차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많은 증권사들은 기존 전망치를 내부적으로만 공유하거나 쉬쉬하는 분위기까지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아직 하반기 시장 전망 발표 일정을 못 잡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전망치를) 언제 발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하반기 시장 전망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이 증권사는 매년 상·하반기 2차례식 포럼 형식으로 리서치센터의 전 애널리스트들이 모여 분야별 전망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시장을 전망하는 포럼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오는 12월에 내년 상반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아직 확실히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신영증권(001720)리서치센터도 하반기 시장 전망 발표 일정을 잡지 못했다.

NH투자증권(005940)은 하반기 코스피가 1850~2150포인트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일부 고객과 공유했지만 이 전망치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전망을 내긴 냈지만 워낙 변동성이 심해진 상태라서 이 전망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서 시장의 움직임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 바뀌는데 하반기 전망을 한다고 해도 맞을지 의문이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래픽 = 박길우

국내 증시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0일 2277.23(장중 고점 기준)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월 19일에는 1439.43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치료제 개발 성공 가능성이 제기되고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 재개 움직임이 있자 이달 8일에는 2217.21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코스피의 급변동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될 것이란 우려로 101.48포인트(4.76%) 급락했다. 다음날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50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매입한다는 소식의 영향으로 107.23포인트(5.28%) 급등했다.

이렇게 시장의 출렁임이 계속되면서 증권사들은 올해 3월의 SK증권처럼 시장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전망치를 내놓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3월 13일 발표한 ‘자산전력 금융시장 취약성 점검과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보고서에서 ‘워스트 시나리오(Worst Scenario)’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코스피가 1100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리포트가 발표된 날의 종가는 1771.44로 전날보다 3.43%가 내려가며 시장이 급락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발표 일주일 후인 3월 20일부터 코스피는 급등했고 2200까지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망을 발표한 회사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낮은 주가가 형성돼 있던 시기에 투자기회를 놓쳤던 투자자들은 내심 이런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를 원망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하반기 시장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도 고민이 많다. 벌써부터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 전망치의 최고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키움증권(039490)은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1700~2100포인트 사이를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코스피는 2100포인트를 돌파(17일 종가 2141.05)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100포인트씩 빠졌다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하반기 전망 자료를 개인과 기관투자자에게 배포하기 쉽지 않다"며 "증권사들은 최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전망치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