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스스로 '말폭탄'이라며 원색적인 비난
6·15 메시지에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속이 메슥메슥"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겨워…꼴불견 혼자 보기 아깝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에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 본인이 스스로의 담화를 '말폭탄'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 말폭탄에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했다" "몰상식한 행위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김여정의 '말폭탄'이 어느 정도였기에 북한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가 강경하게 바뀐 것일까.

2018년 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서울에서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먼저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6·15 기념식 영상 축사에 활용한 소품을 비하했다. 문 대통령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년 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을 맞잡고 들었을 때 맸던 넥타이를 아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아 다시 맸고, 2년 전 4·27 판문점선언 당시 사용했던 연대도 다시 썼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상징성과 의미는 언제나와 같이 애써 부여했는데 그 내용은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과 기념식 축사에 대해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여정은 또 "남조선 당국자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도 없고 눈곱 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북한은 남한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적으로 글을 쓸 때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특사를 보내겠다고 간청해왔다"고 보도하면서 문 대통령을 '문재인《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강조하면서, '요청했다'가 아닌 '간절히 청했다'고 쓴 것이다. 이 또한 문 대통령을 낮추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비난했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이 6·15 기념식 축사에서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막연한 기대와 아쉬움이나 토로하는 것이 소위 '국가원수'가 취할 자세와 입장인가"라고 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본말을 전도한 미사여구의 라렬(나열)'이라며 "특유의 어법과 화법으로 '멋쟁이' 시늉을 해보느라 따라 읽는 글줄 표현들을 다듬는데 품 꽤나 넣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을 향해 "짐승도 한번 빠진 함정에는 다시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정신 없이 외워대고 있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김여정은 또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담화를 쓴 목적이 문 대통령의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