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제너럴모터스) 쉐보레가 지난 2017년 출시한 전기차 볼트EV는 GM 내에서 탈(脫)내연기관차 시대를 준비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모델이다. 지난 2017년 출시 당시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하면 383km를 갈 수 있는 긴 주행거리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전기차 회사들이 속속 300km중후반대 주행거리 모델을 내놓으면서 힘이 부치는 양상이었다. GM이 2020년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주행거리를 414km로 늘려 반격에 나섰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전기차 중에서 주행거리가 400km가 넘는 모델은 테슬라의 모델S(479.9km)와 모델3(414.8km),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코나(405.6km) 정도다. 300대 중후반대에는 기아자동차의 니로(385km)가 있다. 고급 전기차를 표방하는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인 셈이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볼트EV를 서울 신천동에서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까지 시승했다. 양양군에 갈 때는 국도를 따라 이동했으며, 설악산 한가운데 난 도로를 따라 한계령을 넘었다. 돌아올 때는 같은 길로 한계령을 넘은 뒤 홍천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따라 복귀했다. 총 404.4km로 갈 때(208.4km)는 직접 운전했고, 돌아올 때는 동승자가 운전했다.

볼트EV 2020년 모델은 이전과 외관과 내장에서 큰 차이가 없다. 소형 SUV이고 전장(4165mm), 전폭(1765mm), 축거(2600mm)은 현대자동차의 코나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다만 전고가 1610mm로 코나(1570mm), 기아자동차 니로(1570mm)보다 40mm 가량 높은 정도다. 내연기관차 엔진과 달리 모터가 차지하는 공간이 작기 때문에 전면부가 짧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내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뒷좌석 공간이 넓은 편이라는 점이다. 신장 180cm인 남성이 뒷좌석에 앉았을 때 머리 위 공간에 여유가 있었고, 레그룸도 운전석 바로 뒷 좌석에 앉았을 때 주먹 하나~하나 반 정도는 들어가는 공간이 나왔다. 하지만 내장은 소형 SUV 차급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2020년형 모델에서는 화면 중앙 디스플레이 크기가 10.2인치로 넓어졌다. 내비게이션 등이 탑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아이폰은 '애플 카플레이'를 연동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연동되지 않았을 경우 배터리 사용 등에 대한 정보만 표시되다.

전기차답게 엔진 소음이나 차량 진동이 적다. 또 가속 및 감속 성능이 우수하다. 한계령을 오르면서 힘이 부치지 않고 원활하게 가속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시속 100km가 넘었을 경우 차량이 바람을 맞으면서 생기는 소음(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바로 유입됐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한국GM은 볼트의 특징으로 강력한 회생제동 성능을 든다. 회생제동은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지않아 모터를 구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는 운동에너지로 발전을 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볼트EV는 회생제동 성능을 좀 더 강력한 전용 모드를 기어 변속을 통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어를 주행(D)에서 한 번 더 내리면 회생제동 강화(L)로 변한다. 회생제동 강화에서 일반 주행으로 바꾸려면 다시 한 번 기어를 내렸다 올리면 된다.

회생제동을 강화한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배터리가 좀 더 많이 충전되게 된다. 실제로 한계령 정상에서 내려가는 경로에서 배터리가 거의 줄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 늘어나는 경험을 했다. 평지에서는 시속 60~80km로 천천히 국도 2~3차선을 따라 갔을 때 배터리가 거의 줄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승자가 소모 전력을 살피면서 연비 운전을 했다. 양양군에서 출발할 때 주행거리가 190km 정도 남아있다고 했는 데 186km를 달린 뒤에도 79km 더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내리막 또는 급한 커브길에서는 회생제동 강화 기능을 보조 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기어를 조작해 감속 성능을 높이는 셈이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주행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one pedal driving)'이 가능했다.

회생제동의 단점은 저속에서 이른바 '꿀렁거리는' 느낌이 있는 것이다. 서울을 빠져나갈 때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정체가 있었는 데, 액셀을 뗐을 때 차가 급감속하면서 관성이 느껴졌다. 특히 저속에서 정지 상태일 때 꿀렁거리는 느낌이있었다. 뒷좌석보다 앞좌석에서 더 민감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회생제동 강화 옵션이 있는 테슬라의 모델3와 비교해서 회생제동 강화시 꿀렁거림의 강도는 약했다. 차량에 적응하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내연기관차량도 그렇지만 전기차도 급가속시 에너지 소모가 훨씬 빠르다. 국도를 따라 양양에 가는 길에 급가속과 급감속 상황이 여러 번 있었고, 도심 도로를 달리면서 신호를 받아 정차하는 경우도 잦았다. 회생제동을 그다지 쓰지 않은 가운데 207.7km를 달렸는 데, 출발 당시 406km였던 주행 가능거리는 158km로 252km 줄어있었다.

볼트EV의 최대 경쟁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한국GM은 볼트EV의 가격을 4593~4814만원으로 책정했다.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어 A/T'에는 주행보조 및 안전기능이 145만원짜리 옵션으로 제공된다. 코나 일렉트릭이 4645만~5201만원이고, 충전 케이블을 제외한 옵션이 322만원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동급 차량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니로 일렉트릭도 4740만~5304만원에 충전 케이블을 제외한 옵션이 최대 328만원이다. 테슬라 모델3의 경우 5400~7400만에 달한다.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

볼트EV는 서울시 기준으로 중앙정부 보조금을 820만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450만원 각각 받는다. 이를 감안한 가격은 3320만~3880만원선(옵션 포함)이다. 2017년 국내 출시 당시 2000만원대에 차량을 구입했을 때만은 못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