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서버서 콘솔로 수요처 확대 수혜
기업용 SSD 비중 늘리며 수익성 개선 SK하이닉스
청주 'M15'서 최신 낸드 128단 양산하며 출하량 ↑ 원가 ↓
이르면 하반기 낸드사업부 흑자 전환 전망도

‘소니·마이크로소프트(MS)가 콘솔(거치용) 게임기를 출시하면 SK하이닉스가 웃는다?’

올해 하반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MS ‘엑스박스 시리즈X(엑스박스SX)’가 시장에 나오면서 그간 SK하이닉스의 실적을 짓눌렀던 낸드플래시 사업부가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모바일·서버·PC 등의 저장장치로 주로 쓰였던 낸드플래시 용처가 콘솔 시장으로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콘솔 게임기 신작에는 800~1000기가바이트(GB)의 고용량 저장장치(SSD)가 탑재되고, SSD는 낸드플래시가 모여있는 가공품인 만큼 이를 공급하는 회사 측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납품 여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복수의 회사로부터 SSD를 공급받을 것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 같은 점유율 상위기업이 일부 물량을 수주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낸드플래시는 D램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용처가 있고, 최근 수출이 늘고 있는 SSD에 낸드플래시가 들어가는 만큼 반도체 기업들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관건은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에서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가"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란희

전체 매출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에서 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톱2에 올라있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에서는 고전해 왔다. 1분기 시장조사시관 D램익스체인지 집계를 보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0.7%로 삼성전자(33.3%), 키옥시아(옛 도시바·19.0%), 웨스턴디지털(15.3%), 마이크론(11.2%)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SK하이닉스가 기존 전통강자인 삼성이나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에 비해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이 늦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기술력면에서는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는 만큼 결국엔 원가를 절감해가면서 얼마나 많은 고객사들을 발굴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라고 했다.

이 점에서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수익성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기업용 SSD 비중을 높이면서 낸드사업부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올해 2분기부터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만큼 하반기 원가를 절감하고 출하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10월 완공한 충북 청주의 낸드플래시 공장 ‘M15’에서 본격 양산을 시작한 128단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을 위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128층까지 높인 것을 의미한다. 기존 최고인 96단과 비교해 데이터 처리속도, 생산성, 전력효율이 모두 개선됐다.

이에 따라 그간 적자 상태였던 SK하이닉스 낸드사업부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본격화된 SSD 출하 증가 수혜를 SK하이닉스가 최대로 누리고 있다"며 "당장은 낸드플래시 사업부 적자가 줄어들며 2분기 전체 실적·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8조1182억원, 1조585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6%, 영업이익은 150%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