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발틱운임지수(BDI)가 반등을 시작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400 이하에 머물렀던 BDI는 최근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인 900 이상으로 치솟았다. 해운 업계에선 "본격적인 회복 단계에 진입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BDI 지수는 923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거래일보다 10.01% 상승한 수치다. BDI는 철광석, 석탄, 곡물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취급하는 벌크선의 운임 지수다. 원자재 물동량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동향을 가늠하는 선행지수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 벌크선

BDI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당시 BDI는 해운업계 최대 불황으로 꼽혔던 201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400 이하까지 떨어졌다. 코로나가 동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인도 등으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침체됐고, 원자재 물동량이 줄어들었다. 설상가상 철광석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과 호주가 폭우와 사이클론 피해를 입어 철광석 운반선 수요도 대폭 줄었다. 당시 해운업계에선 "보릿고개가 2분기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랬던 BDI는 반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393까지 떨어졌던 BDI는 12일 만에 500까지 올랐고, 이후 6일 만에 재차 600까지 치솟았다. 이어 최근 900을 돌파하면서 한 달 사이에 두 배 이상 올랐다. BDI가 900 이상까지 오른 것은 지난 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다.

해운 업계는 BDI가 오르기 시작한 배경으로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꼽았다. 최근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으로 철도, 고속도로, 교각 등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내놓았고, 자연스레 철광석 등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4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내 철광석 비축량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올해 2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양회에서 재정적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위안 확대했다"며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용 특수목적채권 발행액도 3조7500억위안으로, 작년보다 1조6000억위안 늘렸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결국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면서 벌크화물 물동량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BDI의 핵심 구성 요소인 케이프사이즈(18만톤급) 대형 벌크선 운임도 크게 올랐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케이프사이즈 주간평균 운임은 5월 마지막주보다 46.8% 늘어난 5322달러를 기록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중국이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아프리카 기니에서 대량으로 수송하면서 운임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31척의 케이프사이즈 선박을 통해 기니에서 보크사이트를 수송했다고 한다.

아울러 중국이 캐나다에서 철광석을 수입해오는 비중도 늘어나면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운임을 높였다. 캐나다 동부에서 중국으로 움직이는 항로는 케이프선이 철광석을 수송하는 주요 항로 중 하나다. 특히 항해거리가 가장 길어 톤-마일 수요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브라질과 미·중 무역갈등이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주요 철광석 생산국인 브라질은 최근 코로나로 발레 지역 광산을 폐쇄했는데, 이곳의 철광석 생산량이 세계 시장의 약 2%에 달한다. 이 때문에 최근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톤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도 문제다. 물동량 감소를 우려한 화주들이 운송 계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벌크선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운임의 등락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섣불리 회복세라고 판단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코로나 등 아직 변수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