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권익을 강화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 도입이 국회에서 강력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세입자가 원하면 무기한으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주어야 하는 법안까지 나오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이란 목소리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알박기'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세입자(임차인)에게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무기한으로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나오자 마자 시장에서는 '전세 알박기'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다. 원래 알박기란 개발이 예정된 지역에 땅을 일부 사들인 뒤 사업자에게 시세보다 비싸게 되팔기 위해 쉽게 매도에 나서지 않는 것을 뜻한다.
전세 알박기란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좀처럼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거주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다, 집주인(임대인)의 매도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용어다. 전세입자를 웬만해선 내보낼 수 없어 장기 임차를 둬야하고, 매도에 나서려고 해도 세입자의 방해로 궁극적으로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집주인은 결국 웃돈을 주고 이사를 권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당근'을 제시해야 할수도 있다.
소유권 논쟁도 나왔다. 세입자가 평생 거주한다고 주장하면 그 집의 소유권은 결국 세입자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데 재산세가 합당하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 의견도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부동산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 결정권과 임차기간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데 수요는 그대로라 전세시장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거권 안정이라는 입법 취지는 좋지만, 성급한 법안이라 제도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가 나오기는 커녕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임차 계약 해지가 어려우면 임대인은 그 위험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법안을 보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지 의문이고 설사 통과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재소돼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회장은 "계약자유의 원칙 등을 봤을 때 법률적으로 위헌 요소도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이어 "해당 법률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주거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한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최소화하고, 다른 임대차 계약들은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물론 개정안에는 예외 조건이 있다. △세입자가 석달치 월세를 연체한 경우 △세입자가 임차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주택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집주인이 직접 임차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문구에도 논란은 따른다. 집주인이 세를 내 준 주택에 살아야 하는 객관적 사유가 어느 범위까지냐는 점이다. 내 집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데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코미디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법안은 임대인이 재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게 만든다"면서 "임차인 보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계약 갱신을 무조건 할 수 있도록 의무하는 것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