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간기업 부진에 청년 취업률 악화
韓·美 지난달 고용지표 불확실성 여전
전 세계서 '코로나 세대' 현실화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도 개선된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 사태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코로나 제너레이션(generation·세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KB증권은 최근 ‘중국 대졸자 고용시장 현황 요약’을 통해 중국이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 사태까지 경험하면서 고용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현지 985개 대학교는 동문회에 졸업생 채용 관련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고용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민간기업에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 앞 병마용 조각상에 구직공고가 붙어있다.

올해 들어 중국 대학들의 취업률은 크게 악화됐다. 중국 화남이공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생의 취업률은 지난달 25일 기준 35.17%을 나타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이 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각각 99.63%, 99.41%에 달했다. 중국 매체 시나닷컴은 "올 봄 시즌에 ‘금삼은사(金三銀四)’는 없다"고 했다. 금삼은사는 중국 기업들의 채용이 급증하는 3월, 4월을 가리킨다.

통상 인문사회계열보다 취업 성적이 좋은 이공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 호남공업대학교의 경우 전기학과 졸업생의 올해 취업률은 40%을 기록했다. 지난해 취업률 81.9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3일 산동과학기술대학교의 교통학과 졸업생 취업률은 23.57%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체 졸업생 397명 중 300여명이 구직에 실패한 셈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매년 중국에서 대졸자 700만~800만명이 나오는데 이를 소화하는 기업 상황이 부진하다보니 대학들이 먼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채용을 준비하려는 것 같다"며 "중국 고용시장의 80~90%를 담당하는 민간기업의 유동성, 경영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다보다 인민은행이 국유기업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자금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654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5만5000명(3.5%) 증가했다. 이 중 일할 능력은 있지만 육아, 가사 등 별다른 이유 없이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28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2만2000명(16.5%)가 늘었다.

지난달 9일 대구 엑스코 실내 전시장에서 열린 경북대학교병원 채용시험에서 응시생들이 3m 간격으로 배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전 연령에서 늘었지만, 특히 20대에서 10만5000명(32.8%)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이 채용을 연기하거나 중단하고, 20대를 많이 채용하는 숙박·음식업 등 업종에 코로나 타격이 지속되면서다. ‘쉬었음’ 인구는 당장은 실업자로 잡히지 않지만, 실업 상태로 전락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할 가능성이 큰 계층이다. 20대 후반 전체가 고용시장 진입을 하염없이 대기하는 코로나 세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5일(현지 시간) 노동부가 고용 서프라이즈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통계상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실업자를 취업자로 분류하면서 기존에 발표한 실업률(13.3%)이 약 3%P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실업률 계산에 이용하는 설문조사 응답률이 기존 평균보다 15%P 낮은 67%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는 5월 고용지표에 관망적인 입장을 내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시장이 5월에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통계국(BLS)의 오류를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더 높아진다"면서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반응하지 않겠다. 완전고용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고용충격을 감안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가 청년, 여성 등 고용취약계층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55만개 일자리 대부분은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다. 고용지표 완화를 위한 ‘정부 발표용’ 내지 한 번 쓰고 버리는 ‘티슈형’ 일자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고용시장이 아닌 새로운 고용시장을 통해 청년 고용난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어난 것처럼 창업시장을 조성해 고용을 흡수하겠다는 뜻이다.최근 '노점경제' 열풍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규제해온 노점상을 양성화할 경우 5000만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코로나 세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오프라인 위주의 직업훈련, 채용 등 구직환경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일할 수 있는 일자리보다는 코로나 이후 채용이나 업무가 정상화됐을 때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적자본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코로나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가는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수시나 비대면 채용, 온라인 직업훈련, 산학협력 활성화 등 새로운 구직 인프라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취업을 못한채 남아있는 인적자본이 늘어나게 될 경우 지난 IMF세대처럼 아랫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