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사위원 분리선출·다중대표소송제 등 反기업 법안 내
"경영권 간섭 우려 커져 결국 기업 활동 위축"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재계가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읍소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도리어 강도 높은 기업 규제법안을 들고나왔다.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정부가 다시 반(反)기업 기조로 돌아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11일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전속고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해고자·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재계에서는 당장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압박도 강화되면서 기업 활동 진작은커녕 숨 쉴 구멍도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다른 이사와 분리해, 최대주주는 보유 지분과 관계없이 특수관계인 등을 합산해 3%로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재계는 대주주의 경영권이 크게 간섭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의결권을 3%밖에 행사할 수 없는 만큼 최대주주보다 한주라도 더 많이 모은 세력이 자기 뜻대로 감사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관련된 법 규제는 세계 어디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고, 일찌감치 감사위원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감사위원 자격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업 규제법안이 도를 넘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함께 도입을 추진하는 다중대표소송제란 자(子)회사의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이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아 모(母)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주회사 지분의 1% (상장사 0.01%)만 보유하면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상 지배주주가 계열사 이사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후적 규율 수단으로 다중대표소송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제도를 통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제도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위험이 있고, 남소(소송 남용)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기업의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된 환경에서 우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매우 취약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도입되면 기업은 단기 업적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적극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