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한 차례 격돌했던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놓고 2차전을 벌인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부의(附議)심의위원회를 열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부의심의위에서 결정된다. 이에 양측은 사건 내용과 법리를 쉽게 풀어 부의심의위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檢수사심위의 첫 관문 ‘부의심의위’ 진행 절차는

이날 부의심의위에서는 교사와 전직 공무원, 자영업자, 택시기사, 회사원 등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 150명 중 추첨을 거쳐 선정된 15명이 사건의 부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들은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과 검찰 측 의견서를 검토해 이날 오후 의결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부의심의위에는 수사팀이나 피의자, 변호인 등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기 때문에 위원들은 양측에서 제출한 사건 기록과 의견서를 바탕으로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의견서는 A4 용지 30쪽 이내의 분량으로 글자 크기는 12포인트 이상, 줄간격 200 등 맞춰야 하는 요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측은 20만쪽에 달하는 사건 개요를 30쪽으로 요약·정리해야 한다. 일반인 위원들이 자료만 보고 사건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재용 "수사심의위 개최 필요" vs 검찰 "불필요"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은 전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취지는 기소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은 또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 중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보직의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등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지적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불법 여부와 관련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밝혔다.

이 외에도 "수사심의위 제도의 취지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데 구속영장까지 청구하고 수사심의위조차 회피한다면 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9일 새벽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를 떠나기위해 차에 오르고있다.

반면 검찰 측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에 비추어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 없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한 것과 관련해 검찰 측은 혐의사실에 대해 아무런 소명이 없었다면 판사가 재판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의심의위 판단 이후 일정은… 공은 다시 검찰로

부의심의위는 이날 심의를 마친 이후 참석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부의 여부를 당일 결정하게 된다. 이날 나오는 부의심의위 결과에 따라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도 결정된다.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이 나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수사심의위는 변호사·학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간위원 250명 중 15명이 무작위로 선별돼 검찰수사와 기소 타당성을 판단하게 된다. 부의심의위와 마찬가지로 10명 이상의 참석 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양창수 전 대법관이 위원장인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수사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양측이 심의기일에 참석해 각 30분씩 의견을 낼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소집 결정 이후 통상 2~4주 내로 개최됐던 것에 비추어 이 부회장 사건과 관련한 수사심의위는 6월말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권고 효력만 있는 수사심의위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정에 관계없이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해 지난 8번의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결정을 모두 따랐던 사례에 비추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견에도 기소를 강행한다면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