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 창업자 양덕준(69·사진) 전 민트패스 대표가 지난 9일 숙환(宿患)으로 별세했다. 양 전 대표는 아이리버 전신인 레인콤을 창업해 MP3를 히트시키며 벤처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영남대 응용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양 전 대표는 삼성반도체 수출 담당 이사를 지내다 1999년 자본금 3억원으로 레인콤을 창업했다. 이듬해 세계 최초로 멀티 코덱이 가능한 CD플레이어를 만들었고 2002년 MP3 파일과 CD를 동시에 재생하는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아이리버는 2004년 매출 4540억원을 올리며 MP3 시장을 재패했다. 양 전 대표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이리버는 애플이 2003년 음원 관리 소프트웨어 아이튠즈를 바탕으로 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출시하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아이리버는 뉴욕에 "사과(애플)보다 달콤하다"는 광고를 실으며 대응했지만 이후 부도 위기에 몰렸다.
양 전 대표는 2008년 아이리버를 나와 민트패스를 창업하고 휴대용 다목적 태블릿 기기인 민트패드를 개발했다. 그러나 당시 스마트폰이 성장하며 성공하지는 못했다. 양 전 대표가 떠난 아이리버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됐다. 지난해 드림어스컴퍼니로 이름을 바꿨지만 여전히 아이리버라는 이름으로 아스텔앤컨 등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양 전 대표는 2009년 뇌출혈을 겪은 뒤 재기를 노렸지만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숨졌다. 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오는 11일 오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