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페이스북
문재인⋅이재명 2017년 대선 주자 토론회
이재명과 각 세워 '존재감 부각'
'文대통령과 같은 편' 당내 입지 굳히기
"기본소득 보장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다 지급하는 것은 무리다. 계층별로 필요한 분들에게 복지를 늘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2017년 3월 14일 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강조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 발언을 그대로 옮겼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복지국가와 기본소득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제 생각도 문 대통령과 같다"고 했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 말씀이 바로 복지 국가의 기본 원리"라며 "기본소득은 얼핏 모든 시민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면 공평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시키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국가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해 북유럽 복지국가의 그 어떤 나라도 전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문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국민에 연간 최대 13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큰 틀에서 기본소득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연간 총 43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이는 국방비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이라며 아동수당과 청년수당,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카드를 제안한 후 이 지사 등 유력인들이 지지하는 뜻을 밝히면서 오히려 민주당 내 정책 이슈로 부상했다. 범여권 내에서는 '기본소득 대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박 시장이 "전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라며 '이재명식 기본소득'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고, 민주당 신동근 의원 등이 비판에 가세했다. 이후 범여권 시민단체 등에서도 일제히 기본소득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이 기본소득 논의에 문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은 친문(親文) 정통성을 살리는 동시에 민주당 내에서 대권 후보로 꼽히는 이 지사와 각을 세워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최근 민주당 내 인사들에게 오는 2022년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후 3선을 한 박 시장은 당내에 이렇다 할 계파가 없다. 당 내에서는 '친문'이 주류를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이 대표적인 이재명 지사와 각을 세우면서 문 대통령과 자신은 '한 편'이라는 메시지를 당 내에 던지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아가 기본소득을 화두로 던지면서 정치권 주요 의제를 선두하는 '경제 전문가' 이미지도 각인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은 이낙연 전 총리, 이 지사에 크게 뒤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5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총리 1위(34.3%), 이 지사 2위(20.1%) 박 시장은 11위(2.3%)를 기록했다. 다만 박 시장은 전날 BBS라디오에서 "이 지사와 왜 자꾸 싸움을 붙이냐"며 "쟁과 대립 구도로 몰고 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