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10시 반부터 줄 서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빨리 소진될 줄 몰랐네요"
9일 오전 0시 40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할리스커피 당산역점의 손님 몇 명은 입고된 한정판 사은품이 방금 소진됐다는 매니저의 설명에 실망한 채 매장을 떠나지 못했다. 입구부터 카페 3층까지 길게 늘어선 손님들도 재고가 없다는 말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커피 전문점의 굿즈 대란이 또 벌어졌다. 이날 0시부터 할리스커피가 여름 사은품 '멀티 폴딩 카트'를 판매하면서다. 할리스커피는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함께 캠핑족을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잇템 3종'을 지정한 3일에 나눠 판매하고 있다.
앞서 할리스는 지난달 12일 캠핑용 의자와 파라솔을 결합한 릴렉스 체어와 파라솔 세트를, 25일에는 음료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빅쿨러백을 여름 사은품으로 판매했다. 공짜로 증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엄밀히 말하면 굿즈(기념품)에 가깝다. 두 상품 모두 대부분 지점에서 반나절이 안 돼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났다.
커피 300잔을 사고 사은품 '서머레디백'만 챙겨서 사라지는 등 사은품 대란을 일으켰던 스타벅스와 달리 할리스커피는 24시간 운영하는 지점이 있다. 때문에 판매 전날부터 24시간 운영 매장에는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당산역점의 경우 전날 밤 10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11시 30분쯤 대기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번에 판매하는 멀티 폴딩 카트는 앞서 출시한 굿즈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바퀴 달린 캐리어 형태의 접이식 카트 형태로 야외에서 짐을 운반하거나 뚜껑을 덮어 테이블, 의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카트는 앞서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여름 사은품 '접이식 보냉카트'의 대체품으로 언급되며 더 인기를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355ml 36캔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접이식 보냉카트를 주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할리스 카트는 매장에서 1만원 이상을 구매하면 1만1900원에 살 수 있고, 굿즈만 사려면 3만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할리스커피 측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1인당 최대 2개까지 구매를 제한하고, 할리스커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매장별 입고 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실제 앱에선 실시간 재고가 반영되지 않았고, 각 매장엔 입고 물량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려 혼선을 빚었다.
이날 판매된 굿즈들은 곧바로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왔다. 가격은 개당 5~8만원 수준으로, 음료와 굿즈를 구매했을 때 드는 비용인 2만1900원(음료 1만원+카트 값 1만1900원)보다 2~3배가량 웃돈이 붙어 재판매됐다.
커피전문점의 굿즈가 커피보다 더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정성 때문이다. 한정판 굿즈는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지금이 아니면 가질 수 없다. 또 '증정품=저품질'로 통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굿즈는 시중 판매품처럼 품질이 높다. 여기에 웃돈을 얹어 되팔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재테크 심리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 트렌드까지 맞물려 굿즈 마케팅은 큰 효과를 끌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도 굿즈 마케팅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사은품과 굿즈는 돈이 있어도 못 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업계 입장에서도 좋은 굿즈로 입소문이 나면 브랜드가 알려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이벤트를 계속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