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삼성그룹 경영 지배권 강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이 부회장은 대기하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이날 오전 2시 43분쯤 나왔다. 전날 오전 10시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16시간여 만이었다.
이 부회장은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구치소 정문으로 나왔다.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영장이 기각됐는데 현재 심경이 어떤가" "불법 합병 관련 지시 혐의는 여전히 부인하는가"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고 보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늦게까지 고생 많으셨다"라고만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용 부회장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소리쳤다. 이 부회장은 30여초만에 기다리던 검은색 차를 타고 떠났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승인한 것으로 보고 1년 6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과는 별개로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개최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포함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이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