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9시 2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 2분쯤 법원에 출석한 지 약 11시간여만이다.

8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이 부회장은 "영장심사 오래 걸렸는데 어떤 내용 소명했느냐" "마지막까지 혐의를 부인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말 없이 준비돼 있던 호송차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앞서 법원 출석 때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은 법원이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장시간 이어졌다.

앞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뇌물 혐의로 지난 2017년 1월 받은 첫번째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첫 영장이 기각되고 한달 후 검찰이 재청구해 열린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해 7시간 30여분이 소요됐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대한 계획은 담은 이른바 '프로젝트 G'를 비롯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현안을 이 부회장이 보고받은 물증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이번 사건이 역대 최대규모의 금융범죄"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고 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하지 않으면 총수 지위를 이용,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시세조종은 없었고, 주가 방어 역시 회사 가치를 위해 많은 회사가 하는 일로 불법적 시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주가관리를 보고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했다.

검찰이 1년 8개월간 수사를 하면서 필요한 증거를 대부분 수집했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 총수인만큼 도주 우려도 없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법원에 피력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오후 9시가 넘어 완전히 종료된 만큼 구속 여부 결정이 자정을 넘길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두차례 영장실질심사 결과 역시 모두 이튿날 오전 5시 전후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