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외환거래 규제로 괴리율 관리 못해
일부 ETN은 타 증권사보다 괴리율 2배 이상 높아
NH투자증권(005940)이 상장지수증권(ETN)의 괴리율 관리를 못해 한국거래소 평가에서 낙제점(F등급)을 받은 것은 NH금융지주의 리스크 관리 정책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괴리율은 ETN이 추종하는 지표 가치와 ETN의 시장 가격의 격차다. 시장 가격이 지표 가치보다 높아 괴리율이 벌어지면 시장 가격만 보고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증권사는 이런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해 유동성공급자(LP)의 역할을 맡아 괴리율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한다. 투자자들의 ETN 매수가 늘어 시장가격이 지표 가치보다 크게 올라가면 더 많은 ETN을 발행·매도해 시장가격을 낮춘다.
증권사가 괴리율 관리를 위해 ETN을 추가 발행하기 위해서는 미국 달러화로 ETN의 지표가 되는 원유 등 선물을 매입해야하는데 NH금융지주가 이런 달러 거래를 금지시키자 NH투자증권은 괴리율이 높은 ETN에 대해 추가 발행 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1분기(1~3월) LP평가에서 NH투자증권에 유일하게 F등급을 부과했고 이 증권사는 3개월간 새로운 ETN 상품을 상장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N을 관리하는 8개 증권사(LP) 중 1분기 평가에서 F등급을 부여받은 곳은 NH투자증권이 유일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보통 등급인 B등급(KB증권, 삼성증권(016360),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과 C등급(대신증권(003540),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H는 최근 괴리율 폭등으로 문제가 됐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을 기초지수로 하는 ETN뿐 아니라 IT와 바이오, 의료, 에너지, MSCI선진국 지수 등 다양한 기초지수 추종 ETN상품을 팔고 있는데 대부분의 ETN에 대해 괴리율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한 역할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19사태로 미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고 달러 품귀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지주사가 계열사들에 달러화로 매입해야 하는 거래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금융지주의 지시때문에 NH투자증권이 ETN 괴리율 관리를 위해 달러로 사야하는 기초지수 선물 매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 지수로 ETN의 시장 가격이 올라가면 증권사는 WTI 선물을 매입한 뒤 ETN을 더 발행해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지주사가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며 달러 거래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자 증권사는 WTI선물을 매입하지 못했고 이게 괴리율 관리의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지주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증권사의 괴리율 관리를 막은 셈이다. NH금융지주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는 지주사의 리스크관리협의체를 통해 계열사에 전달됐다. 리스크관리협의체가 금융지주 내부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주의'단계로 설정하고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는 신규 투자를 잠정 보류토록 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의 QV 인버스 레버리지 S&P500 ETN의 1분기 평균 괴리율은 0.92%를 기록했다. 미국 주가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국내 증권사의 ETN상품은 29개가 있는데 이 중 괴리율이 가장 높았다. 비슷한 상품인 한국투자증권의 TRUE 인버스 2X S&P500 선물 ETN(H)(괴리율 0.44%),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인버스 2X S&P500 선물 ETN(괴리율 0.42%)의 괴리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9개 ETN의 평균 괴리율(0.02%)보다는 괴리율이 46배 높았다.
거래소로부터 F등급을 부여받은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29일부터 8월 29일까지 3개월간 ETN의 LP역할을 맡을 수 없다. 발행사가 자사 ETN LP를 맡기 때문에 사실상 신규 ETN 출시를 3개월 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NH투자증권은 32개 ETN을 발행해 LP로 운영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주로부터 달러 거래 중단에 대한 지시를 받은 바 없고, 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WTI원유선물 매수를 진행하면서 달러를 거래했다"면서, "투자자 피해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게 결과적으로 평가를 낮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