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 혜택에 힘입어 앞으로 공모 부동산 펀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사의 부동산 전문성, 임차인의 안정성, 자산의 미래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야 실패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펀드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등 부동산에 대한 간접 투자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소액으로도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대한민국 금융권 부동산 컨설턴트 1호’로 손 꼽힌다. 신한은행에서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을 역임하며 부동산 전문가가 드문 금융권에서 내공이 깊은 부동산 투자 자문으로 이름을 알렸다. 동국대 법무대학원에서 18년간 부동산계약법, 부동산펀드·신탁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튜버로 변신해 재테크 교육 방송 ‘고준석 TV’를 운영하고 있다. 종잣돈을 모으는 법부터 내 집을 마련하는 법까지 사회 초년생들에게 필요한 재테크 정보를 공유한다.

고준석 교수가 4일 신한은행 PWM 동부이촌동센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부동산 펀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공모 부동산펀드 확 커진다… 시장 기반부터 다져야"

고 교수는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공모 부동산 펀드 시장을 지원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간접 투자인 부동산 펀드 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가 신규 사모 부동산 펀드와 리츠가 소유한 토지에 대해 재산세를 합산과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기존 분리과세를 적용할 때보다 1% 가량 세율이 추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사모 부동산 펀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 교수는 "주택 시장에 집중된 수요를 상업용 부동산 중심인 부동산 펀드 시장으로 옮겨 주택 시장 투자 과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내 집 마련 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1억~2억원으로 갭투자를 노렸던 투자자들도 이제는 부동산 펀드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직접 투자가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촉망받는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부동산 펀드 시장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주택 투자는 여전히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큰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 수준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연 6~7% 이상의 꾸준한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것을 시장에서 증명하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 겸임교수는 금융지주나 대형 자산운용사가 부동산 전문 인력을 양성해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의 신뢰를 다져야 한다고 했다. "큰 은행에서도 제대로된 부동산 전문 인력이 부동산 펀드 구성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유럽이나 미국처럼 최소 5년간 시장을 예측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펀드를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했다.

◇"국내보다는 해외가 유망… 임차인·환헤지 따져봐야"

고 교수는 아직은 국내보다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전망이 좋다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부동산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이 더 많기 때문에 운용사의 투자 비용이 절감돼 수익률도 올라갈 수 있다. 또 해외 부동산 펀드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임차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임대수익률도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해외는 자산유형이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는 상업용 부동산인 오피스, 리테일(마트, 백화점), 호텔 중심으로 투자가 한정됐다. 반면 해외는 이 외에도 주거용 부동산과 5G(세대) 통신타워, 데이터 센터, 물류창고 4차산업과 관련된 자산 유형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 교수는 "데이터 센터, 물류창고는 비대면과 관련된 성장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영향을 덜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유망하다"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시애틀 고층빌딩.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임차인의 안정성을 살펴봐야 한다. 고 교수는 "어떤 재난이 발생해도 떠나지 않을 임차인이 있는 건물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한은행에 재직할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0년간 임차한 건물이나 유럽연합의회가 임차인인 건물, 영국 방산업체고 쓰고 있는 물류창고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해외 상품은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기 때문에 환헤지가 된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고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최근과 같이 코로나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에는 환손실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환헤지가 된 상품에 투자해야 하며 상품 중에서는 절반만 환헤지를 하는 것도 많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펀드와 리츠 장단점 따져봐야…국내는 물류창고 주목"

고 교수는 부동산펀드와 리츠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환매가 쉽고 여러 물건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부동산 펀드는 설정 기간까지 환매를 할 수 없고 소수 물건에 투자한다. 다만 리츠는 투자 자산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가 조사해야 할 범위도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고 부동산 펀드는 한개 물건만 조사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고 교수는 "두 유형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라면 반반씩 투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국내 부동산 펀드나 리츠 중에서는 물류창고에 투자하는 상품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온라인 상품 매출이 140조원을 넘어서는 등 물류창고 수요가 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물류창고가 부족하다"며 "수도권이나 광역시 외곽 물류창고는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정부가 코로나에 따른 대응책으로 계속해서 추경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공공기관 건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가 나올 수도 있는데 공공성을 띤 상품은 수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