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후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지고 ‘용성광(용산·성동·광진)’이 새로운 강북 지역 대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광진구 집값이 지난해말 마포구를 역전하더니 올 들어 격차를 더 벌려서다.

한강 남쪽에서 바라본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일대.

8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서울 구(區)별 3.3㎡(1평)당 아파트 매매가를 보면, 지난달 강북에선 △용산구 4573만원 △성동구 3922만원 △광진구 3864만원 △마포구 3815만원 순으로 매매가가 높았다. 2017년만 해도 마포구가 광진구보다 집값이 높았지만, 지난해 11월 광진구가 역전했다. 올 들어선 격차가 더 커져 ‘용성광’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광진구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6억9000만원에 거래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전용 84㎡ 최고가 거래인 16억5000만원(지난해 12월)보다 비싸게 팔렸다.

광진구는 한강변에 ‘광남 학군(광장동 일대)’이라 불릴 정도로 학군이 좋고 강남 접근성도 좋다. 약점은 신축이 부족하다는 것. 최근 상승세는 개발 호재가 있는 데다 정비 사업으로 약점을 보완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광진구에선 동부지법 부지 등을 첨단업무복합단지로 개발하는 구의·자양재정비촉진지구 사업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비사업을 보면 강북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광장극동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며 재건축 첫발을 뗐다. 자양1구역은 단지명을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로 정하고 이달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광장현대3·5단지와 광장상록타워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마포구 아파트가 2017년 이후 수요자들에게 주목받은 이유는 정비사업 물량들이 순차적으로 입주하면서 신축 아파트들이 줄줄이 들어선 영향이었다. 2014년 마래푸 입주를 시작으로 마포래미안웰스트림(2016년), 신촌숲아이파크(2019년), 신촌그랑자이(2020년) 등이 입주했다. 내년엔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입주할 예정이다.

광진구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용성광’이 더 굳어질까. 전문가들은 마포구와 광진구가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광진구가 목동과 더불어 전통적인 중산층 인기 지역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마포가 부상하면서 밀리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강남이 블루칩이라면 광진·마포·양천 3형제는 옐로우칩에 속한다"면서 "3형제가 난형난제로 자웅을 겨루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용산은 강남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블루칩에 속하는 지역"이라면서 "용산은 외지인(서울 타 자치구와 비서울 거주자) 매수 비율이 서울의 다른 구 대비 높은 특성을 갖고 있어, 마포·성동·광진·양천 등 옐로우칩과는 특성이 또 다르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광진구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최근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강을 건너면 잠실·강남과 가까워 강남 일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도 광진구에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광진구 집값이 2013년엔 마포보다 높았는데 2017년 마포가 앞서더니 이제는 광진이 다시 앞서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엎치락뒤치락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