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책임론과 홍콩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2차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물류 업계가 유탄(流彈)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국영기업은 미국 농산물 구매 주문을 일부 취소했다. 중국 선사의 고위 관계자는 WSJ에 "미국산 가축 사료, 옥수수, 돼지고기, 목화 등의 수입이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수입업자들이 10일 치 분량의 미국산 돼지고기 1만5000~2만톤 선적을 취소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 선사 관계자는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관계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물류 업계는 자칫 2차 미·중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무역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계속 나빠지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가 늘어날 수 있고,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제조업계에 이어 물건을 실어나르는 해운·항공 물류 업계가 2차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코로나 여파도 가시지 않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분쟁이 또 터진다면 작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를 받은 지난해 전국 무역항의 처리 물동량은 16만3788만톤으로 2018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글로벌 무역 규모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아시아~북미 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보다 3% 줄어든 1641만TEU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화물이 9%가량 급감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 여파로 전국 무역항의 수출입 물동량이 감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무역항의 수출입 물동량은 1억345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6% 줄어들었다. 지난 2월의 경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감소했고 3월에는 4.8% 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동량이 감소 폭이 커지는 것이다. 해수부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무역 규모가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지난 24일 시위에 참여해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국내 물류 업계는 미국과 중간이 서로 어떤 압박 카드를 꺼낼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피해를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은 미국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 사안이라고 한다. 홍콩을 경유해 관세 혜택을 받으며 중국으로 재수출해온 국내 기업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홍콩 경유 중국 재수출 비중은 98.1%에 달한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 선사를 직접 제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홍콩 사태가 심각해지면 미국의 칼끝은 결국 코스코(COSCO) 등 중국 선사에 향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선사를 상대로 거래 금지 기업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선사가 오히려 미·중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류 업계는 아직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와 미·중 분쟁 등 갈등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하반기 전망조차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