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1|자동차 완성차·전기차 배터리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이 국내외 산업계와 정부 정책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리쇼어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대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리쇼어링을 둘러싼 국내 산업계의 상황은 혼란스럽다. 대기업 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가 지난해부터 리쇼어링을 추진 중인 반면, LG전자는 최근 일부 생산 시설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코노미조선’은 리쇼어링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현지 르포를 통해 상세히 살펴보고 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고심해봤다. 산업연구원 등 전문가 인터뷰도 담았다. [편집자 주]

노조 리쇼어링 주문하지만
협력사와 동반 진출해
돌아오기엔 덩치 크고 이득 적어

5월 25일 오후 현대모비스 울산 전동화 부품 공장 신축 건설 현장.

"촬영하러 오셨으면 뒷산으로 몇 분만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며칠 전 지역 방송사도 그곳에서 촬영하고 갔습니다." 5월 25일 오후 1시 울산광역시 이화산업단지 내 현대모비스 울산 전동화 부품 공장 건설 현장. 기자를 본 경비원이 이렇게 말했다. 그가 가리킨 언덕을 오르니 크레인 10여 대를 비롯한 중장비와 수십 명의 인력이 3만㎡(약 9075평)의 본동 외관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 현황이 적힌 판을 보니 이곳 부지는 총 15만㎡(약 4만5375평) 규모였다.

이곳은 한국 산업계에서 역사적인 장소다. 지난해 8월 28일 국내 대기업 최초로 유턴법(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적용 사례가 나온 곳이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유턴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해 공장 착공을 축하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현대모비스는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만 대 분량에 해당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품 공장을 내년 1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국내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와 글로벌 시장 성장 관측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주목할 점은 이날 5개 자동차 부품 기업들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별도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중견기업인 동희산업(배터리팩·울산), 동남정밀(변속기·울산), 세원정공(의장품·경북)과 중소기업인 세진씰(차량용 씰·충남), 서일(차량용 스프링·인천) 등 해외로 진출했던 5개사다. 이들은 모두 유턴해 올해 하반기부터 공장 증설에 총 6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와 5개사 투자액을 합하면 3640억원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충주 친환경차 부품 공장에 이어, 울산 공장을 미래 차 핵심 부품 생산의 전진 기지로 삼아 독자 연구·개발과 생산 기술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LG화학 폴란드 공장 전경.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사례는 전기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완성차는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해도 쉽게 유턴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것. 완성차를 비롯한 주력 산업 대부분은 해외로 진출할 때 협력사와 동반 진출한 사례가 대다수다. 생산시설 덩치가 크고 기업별 사정과 규제가 제각각이라 동반 유턴은 쉽지 않다.

특히 현대차·기아차(이하 현대차)의 해외 공장 신설은 신시장 개척 목적이 컸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 대수는 총 948만 대인데 한국 생산은 338만 대로 35.6%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270만 대, 북미 111만 대, 범유럽 106만 대, 인도 105만 대, 브라질 18만 대 등 해외 생산이 610만 대에 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최초로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호주 수출 시장을 뚫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적극적인 리쇼어링을 주문하고 있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 적자 공장을 국내로 유턴시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 국내 리쇼어링 문턱을 높이는 고질적이고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강성노조인데,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 공장 인근에 있는 배터리 업계

배터리 업계의 경우 유럽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있는 곳에 많이 진출해 있다. 독일과 인접한 폴란드에 진출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폴란드는 서유럽보다 인건비가 싼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폴크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 공장과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이 있다. 삼성SDI도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686억원을 투자하고, 중국 배터리 공장 증설 검토를 위해 1조원대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1조1000억원,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위해 8000억원, 헝가리 공장을 위해 1조7000억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는 주 52시간 등 획일적 노동 규제, 불안정한 노사 관계, 법인세 등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뿐만 아니라 중국의 배터리 보조금 등 다양한 리쇼어링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LG화학이 추진 중인 '구미형 일자리' 투자를 리쇼어링 대안으로 보기도 한다. LG화학은 2024년까지 경북 구미에 5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인데 여기에 정부와 구미시가 대거 지원을 약속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는 구미시와 정부의 더 많은 투자를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이 확정된 후 올해 말쯤 착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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