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만에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막상 둘러보니 살 게 없네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팔지 못한 재고 면세품이 처음 시중에 판매됐다.

신세계면세점은 3일 오전 자사 공식 온라인몰 쓱닷컴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에스아이빌리지에서 면세제품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관세청이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자제 및 면세점 타격으로 인해 지난 4월 이례적으로 면세점 재고 물건 내수 판매를 허용한 지 한달여 만이다.

첫 면세품 시중 판매에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가 마비된 에스아이빌리지 사이트 공지.

면세점들은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할인율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제한된 브랜드와 품목에 대해서만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판매된 제품은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제품이며 화장품·향수 등을 제외한 가방·지갑 등 패션잡화다.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심과 추측이 돌았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것은 판매될 제품과 할인율이었다. 전날 한 명품 커뮤니티에서는 "좋은 기회로 가방 하나 들여야겠다" 등의 반응부터 "오래된 재고면 제일 인기 없는 상품들만 남은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할인율에 관해서도 "50%까지 할인하는 게 어떤 품목일지 궁금하다"는 등의 반응이 높았다.

에스아이빌리지는 행사 시작 20분 전인 오전 9시 40분부터는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지면서 "행사 시작한 지가 언젠데 구입은 커녕 물건 확인도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새로고침을 누르면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앱)은 한참 구동을 멈췄다가 '접속자가 많아 사이트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만 표출된 채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0시에 가까워지면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도 에스아이빌리지, 신세계 면세점 등의 검색어가 급상승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이 드러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사이트 접속 마비에 대해 "트래픽이 몰릴 것을 예상해 평소보다 서버를 20대 증설했는데도 급격하게 몰려 사이트 구동이 멈췄다.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11시 쯤 부터 접속이 가능해진 에스아이빌리지의 재고 면세품 할인품목과 할인율.

10시 45분이 넘어가면서 간헐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한 소비자들은 확인한 품목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며 "브랜드가 네개 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볼게 없다"고 평했다.

이날 풀린 브랜드는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등 총 네 개다. 대부분 올해 F/W상품들이며 할인율은 10%에서 50%까지 품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각 브랜드별 대표 상품의 할인율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생로랑의 케이트 모노그램 사첼백 미디움은 21%, 보테가베네타의 스트랩 지퍼 남성 클러치는 15%, 발렌시아가의 대표상품인 클래식 시티 스몰 토트백은 17% 수준이었다.

사이트를 둘러본 소비자들은 "지금 아니면 만나볼 수 없는 상품과 가격이라는데, 맨날 가도 널려있는 흔한 품목들이다", "들어가기 되게 힘든데 별 것 없어 실망이다", "해외 직구나 병행 수입 제품에 비해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쓱닷컴에서는 펜디와 지방시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다. 판매 품목은 지방시 42종, 펜디 43종 등 총 85종이다. 최대 할인율은 46%이다. 예약주문 형태로, 고객이 주문하면 신세계면세점이 개별 품목에 대한 통관절차를 거쳐 고객에게 배송된다. SSG닷컴은 매주 순차적으로 브랜드를 변경해 면세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재고 면세품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이유는 해외 출국을 하지 않고도 면세품을 살 수 있어서다. 여권도 항공권도 필요 없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듯 간편하게 명품을 살 수 있다. 이모 씨는 "보통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며 면세점에서 명품을 쇼핑하곤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쇼핑할 기회가 없었다. 국내에서 명품을 사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고 했다.

면세점이 면세품을 통관 반입한 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과 롯데쇼핑은 26일 시작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 맞춰 '해외명품대전'을 열고 재고 면세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이달 중 매스티지(Masstige·가격은 명품에 비해 저렴하지만 품질면에서 명품에 근접한 상품) 브랜드 중심으로 장기 재고 면세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여러 판매 채널과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