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미주 한인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치안력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곳곳의 한인 상점에 약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시각)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개인의 일탈이나 약탈이 아니에요. 완전히 조직된 범죄"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일어난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일대에서 한인점포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일탈한 시위대가 몰려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수준이 아니라 트럭을 세워 놓고 조직적으로 물건을 실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이야기다.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도 잇따라 약탈 피해를 당하고 있다.

LA나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에도 7만명가량의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교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50개 안팎의 한인 점포가 약탈 공격을 받았다. 미용용품(뷰티 서플라이) 상점을 비롯해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이다. 이중 가장 집중적으로 약탈 당한 곳이 미용용품점으로 현재까지 집계된 곳만 31곳이다.. 한인이 필라델피아에서 하는 미용용품점이 100여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가 약탈 당한 셈이다.

황 회장은 "현재까지 집계된 미용용품점 피해액만 1500만달러 (183억원)로 추산된다"며 "추가적인 피해사례가 더 나오면 피해액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200㎡규모의 대형 점포에서 물건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약탈해 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부분의 약탈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주방위군이 필라델피아 시내로 들어오면서 약탈은 진정됐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도심에 배치된 펜실베이니아주 주방위군.

필라델피아와 함께 미 최대 한인타운이 형성된 로스앤젤레스(LA)에는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한인타운 방어에 들어가면서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지만, 다른 지역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떨고 있다.

특히 시카고에서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매체인 CBS 시카고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김학동씨의 사연을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저녁 김씨는 자신의 상점에 있었지만, 무력하게 약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흑인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모습.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이곳에서 나가 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서 약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시위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왜 작은 점포를 부수는가. 왜 점포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털어가는가"라며 "이건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딸 하나 씨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약탈자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는 것뿐이었다"라고 허탈해했다.

뉴욕의 한인사회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인타운이 있는 맨해튼 32번가 주변이나 퀸스 플러싱·베이사이드 등이 집중적인 시위 현장과는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표정이다.

아직 한인 업체의 약탈 피해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브롱스크를 비롯해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많은 지역에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