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 전략적 근거 설명하라" 요구
한전 "신규 석탄 사업, 다섯가지 요건 충족할 때만 제한적으로 추진"

전기요금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석탄화력 발전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해외에서는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탈석탄 정책 기조에 발맞추고 있는 한전이 해외에서는 수익을 내겠다며 오히려 거대 화석연료 발전 프로젝트를 검토하며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최근 한전에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에 대한 명확한 전략적 근거를 김종갑 사장이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블랙록은 한전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는 석탄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겨냥하며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화석연료 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해 글로벌 기후변화협약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글로벌 에너지 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블랙록은 올해 초 한전을 비롯해 중국 화능집단, 일본 도쿄전력, 북미 최대 발전사 듀크에너지, 인도국영화력발전공사(NTPC) 등을 언급하면서 환경 오염의 주범인 석탄 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래픽=박길우

한전은 중국 산시성에서 석탄 발전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프로젝트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4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베트남에서는 홍콩 중화전력공사(CLP)로부터 석탄화력 발전소 사업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 발전 프로젝트 투자를 비판하며 심지어는 한전에 대한 투자금 회수에도 나섰다. 한전 주주였던 네덜란드공적연금(APG)은 지난 2월 6000만유로(약 790억원)의 한전 지분을 매각하면서 투자금 회수 이유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국내에서는 석탄 발전 비중을 크게 축소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석탄 발전 프로젝트 투자에 적극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으로 석탄 발전이 급증하자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석탄 발전 비중을 빠른 속도로 축소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석탄 발전 사업에 투자하면서 충돌이 발생한 셈이다. 한전 전체 발전량(국내)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6%에서 2017년 43%로 높아졌다가 올해는 27%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많은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한전이 해외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유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특히 한전은 해외 신규 사업의 경우 △국가 에너지 정책상 석탄화력이 현실적인 대안인 국가 중 △초초임계압(USC) 등 최신 저탄소 기술 적용과 국제 환경 기준을 준수하는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상 수출금융 지원이 가능한 사업인지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 등과 공동 진출이 가능한지 △현지 사회공헌과 환경보호활동 투자로 현지 수용성 높이는 사업인지 등 다섯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만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 발전 프로젝트는 모두 이 조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블랙록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 뿐 아니라 글로벌 환경 단체도 한전의 해외 석탄 발전 프로젝트 투자에 반대하며 압박에 나서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석탄 발전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