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348억6000만 달러… 전년比 23.7% 급감
2개월 연속 수출액 감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반도체 수출 7.1% 증가…中수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
정부 "금융위기와 달라…미국·EU도 회복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5월 우리 수출이 작년 동월 대비 23.7% 감소했다.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수출이 20%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0대 수출 주력업종 중 16개 업종의 수출이 감소하는 등 사실상 ‘수출 가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난 4월 수출(-25.1%)에 비해, 하락세가 소폭 개선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6월 이후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선전과 중국 수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주요 교역국인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만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분석실에서 연구원들이 300㎜ 크기 웨이퍼를 육안 검사하고 있다.

◇ 반도체가 이끈 5월 수출… 자동차 회복은 아직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수출은 34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7% 줄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작년보다 1.5일 적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16억2100만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8.4% 감소했다.

5월 전체 수입은 344억2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21.1%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4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한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5월 수출은 반도체가 주도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80억6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전달(-14.9%)에 비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됐다. 휴대폰의 글로벌 판매 부진에도,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증가 등으로 서버 및 PC용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바이오헬스 등 신(新)수출품목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진단키트 등 선호로 바이오헬스(59.4%)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비대면 경제활성화(컴퓨터 82.7%), 홈코노미(가공식품26.6%, 진공청소기 33.7%) 등 생활방식 변화 덕을 본 것 품목들도 있었다.

반면 미국과 EU 시장에서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북미·EU 시장의 딜러 매장과 판매 채널 영업 중단과 이동제한에 따른 수요감소로 인해 수출이 전년 대비 54.1% 급감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전년 대비 66.7% 감소했다. 특히 이런 조치가 언제까지 연장될지, 이후 경제적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 예측이 어렵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글로벌 현지 사업장에 4월분 재고가 쌓여있는 상황, 당분간 수출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수요 감소와 재고 처리 등을 대응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 6월은 불확실성… 정부 "중국 등 교역국 경제 재개에 희망"

전문가들은 코로나발(發) 글로벌 경제침체로 수출 부진이 쉽사리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미국과 EU 등 국가들이 경제 재개를 준비하고 있고, 대대적인 재정 투입을 예고한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의 세계 반도체 시장 하향 전망에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18개월 만에 총 수출(7.1%)과 일평균 수출액(14.5%)이 모두 플러스로 전환되며, 선전하고 있다.

또 대중(對中) 수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한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 10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달(-17.9%)에 비해, 감소세가 15.1%포인트(p) 줄었다. 이미 중국 PC생산업체들은 지난 3~4월 재가동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주문량이 회복됐다. 반면 미국(-29.3%), 아세안(-30.2%), EU(-25.0%) 등 주요 교역국에서 두자릿 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이 회복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미국·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정상수준으로 회복이 예상된다"며 "국제무역기구(WTO)의 최근 수출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주요국의 수출은 모두 감소했으며, 10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선방했다"고 했다.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한산하다. 기아차 광주2공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8일까지 휴업한 데 이어 오는 25일부터 1주일간 또다시 셧다운에 들어간다.

특히 정부는 이번 무역 적자가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 국내 공장은 정상 가동되는 ‘비(非)불황형 흑자’인 만큼,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국내 제조업의 활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본재 수입은 9.1% 늘었고, 소비재(-9.8%)와 중간재(-19.2%) 수입도 전체 수입 대비 낙폭이 비교적 작았다.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되는 데 필요한 자본재·중간재 수입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봉쇄가 마무리되면 수출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전망이 어려워졌다"며 "다만 반도체 선전과 중국의 회복, 미국과 유럽이 단계적으로 경제 활동 재개하는 만큼, 개선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