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잘 분해되지 않고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 심해" 지적 잇따라

'생분해 플라스틱'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생분해 플라스틱이 정말 친환경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 환경단체 그린 얼라이언스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분해 플라스틱이 친환경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 물질은 기대만큼 잘 분해되지 않는다"면서 "재료의 환경적 영향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면 일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분해 과정만 보면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명 더 친환경적이지만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요인을 모두 살펴보면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기 때문에 토양은 물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전분과 같은 생물성 원료나 석유화학 제품 중 생분해가 가능한 PBAT(폴리부틸렌 아디프텔레프탈레이트), PBS(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로 만들어지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 환경에 노출되면 미생물에 의해 일반 플라스틱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쉽게 분해되지 않는 봉지.플리머스대 해양학자 이모젠 내퍼 박사는 다양한 환경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가 실제로는 기대만큼 잘 분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화학사들은 생분해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생분해 필름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SKC는 소재 양산 기술 확보에 나섰고,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세대와 혁신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상용화가 쉽지 않아 연구 단계에 있지만 롯데케미칼(011170)과 식품 회사인 CJ제일제당(097950)역시 생분해 플라스틱 연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① 생분해 플라스틱, 실제론 잘 분해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실제로는 잘 분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하지만 바다에 버려져 몇년이 지나도 처음 모습 그대로 둥둥 떠다니는 경우는 종종 목격된다. 일정 조건(온도 58℃±2)에서 70~90% 이상 분해될 경우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인증 기준이 되는 조건은 실제 자연환경과 차이가 있다. 유엔환경계획의 과학자 제니퍼 맥글래이드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50℃ 이상에서 분해되는데 해양에 버려진 생분해 플라스틱 대부분은 이보다 낮은 온도의 심해를 떠돌며 분해되지 않고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플리머스대 해양학자인 이모젠 내퍼(Imogen Napper) 박사는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가 자연환경에서 얼마나 잘 분해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흙에 묻어둔 경우, 바다에 버려진 경우, 공기 중에 노출된 경우 등 세가지 상황을 가정해 추적했는데,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는 3년이 지나도 토양이나 해양에서 썩지 않았다. 공기 중에 방치된 제품은 쇼핑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

② 원료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생분해 플라스틱의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주원료가 되는 옥수수, 사탕수수에 대한 수요도 늘었는데 작물 재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한 일반 플라스틱 7종류와 생분해 플라스틱 등 바이오플라스틱 4개의 생애 주기를 추적한 결과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 연구팀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높은 비료와 살충제가 사용되고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화학 물질이 또 다른 오염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③재활용 어려운 생분해 플라스틱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미생물을 이용해 퇴비화하는 정도의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의 플라스틱 규제 정책 우선순위는 플라스틱 사용 절감과 재활용, 재사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생분해 플라스틱으로의 대체는 그다음이다.

그래픽=송윤혜

그렇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라스틱 대란’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은 개발과 생산이 초기 단계에 있어 생분해 플라스틱의 분해능력과 내구성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강도를 높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땅속에서는 잘 썩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플라스틱이 초래한 거대한 환경 오염의 피해를 막는 데 생분해 소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산업 발전 속도를 고려해 다양한 바이오플라스틱 육성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